告白과 回想

마지막 잎새

SHADHA 2020. 11. 30. 09:00

11월 20일, 아파트 옥외 운동시설에서 운동을 할 때,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다가,  

아직 나무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들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순간, 젊은 날 읽었던 O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생각났다.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에 거주하던 여자 화가인 존시는

폐렴으로 투병 생활을 하던 도중에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의사는 이대로는 존시가 생존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존시는 담장에 있는 담쟁이덩굴 잎을 보면서 그 잎이 모두 떨어진다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래층에 사는 원로 화가인 베어먼은 언젠가는 걸작을 그리겠다고 장담하면서도

오랫동안 어떠한 그림도 남기지 않았으며 술을 마시고는 남을 비웃으면서 살았다.

존시는 잎이 떨어지면 죽는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베어먼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날 밤 밤새 심한 비바람이 불면서 아침에는 담쟁이덩굴 잎은 마지막 한 장만 남았다.

그다음 날 밤에도 심한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마지막 한 장만 남은 잎이 담장에 남아있는 것을 본 존 시는 기력을 되찾게 된다.

마지막 남은 잎은 베어먼이 담장에 붓으로 정밀하게 그린 것이었다.

존시는 기적적으로 완쾌되었지만, 사다리를 타고 차가운 비바람을 맞고 밤을 새우며

벽에 잎을 그린 베어먼은 2일 만에 폐렴으로 죽고 만다.

이 사실을 안 존시의 동료인 수는 마지막 잎새가 베어먼이 생전에 언젠가 그리겠다고 말했던 걸작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따금씩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해가 갈수록 점점 육체가 노화되고 있음을 느끼고, 심장병과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으니 더욱 그렇다.

때로는 산다는 것에 대하여 비관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아프며 늙어가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그런 생각을 할 때, 큰 딸에게서 휴대폰으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7살짜리 손자가 전화를 한 것이었다.

 

... 할아버지!

... 왜에?

... 고마워...

... 뭐가 고마워?

... 그냥 고마워.. 할아버지 어디야?

... 할아버지 집이지...

...할아버지 보고 싶어...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 우리 새끼 뭐 먹고 싶어 ?

...햄버거.

 

주말인 토요일, 아내와 함께 큰 딸 아파트로 가서 손자와 두 손녀를 다 데리고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

그것이 아직은 살아야 되는 이유였다.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할 때,

보도블록 사이로 메마른 땅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나는 잡초를 보았다.

 

.... 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