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魚回鄕(부산)

9일간의 입원 후 동천 겨울 산책

SHADHA 2023. 2. 13. 09:00

1월 30일 월요일 아침, 심각한 호흡 곤란 현상이 찾아와서 택시를 타고 백병원 응급실로 갔다.

지병인 심부전에 감기가 겹쳐서 오른쪽 폐 안에 물이 차기 시작하여서 호흡곤란이 온 것이었다

CT, 심전도검사. X레이 촬영과 산소 호흡기 착용, 소변 배출기 착용, 그리고 물을 빼내기 위해 옆구리에 관을 꼽는 시술,

이내 연락을 받고 아내가 응급실로 달려왔다.

코로나 시국이어서 환자와 보호자가 코로나 검사를 받고 병실로 올라가면 보호자도 일체 외출금지.

5명이 한 개의 병실에 배정을 받았는데 나를 제외한 네 사람은 항암 치료를 하는 사람들, 그중 한 사람은  젊은 말기 암 환자였다.

입원하고 4일 연달아 밤에 쉽게 자지 못했다. 그들의 고통스러워하는 신음 소리와 계속되는 기침 소리와 심한 코골이

12년만에 다시 하게 된 병실 생활은 지옥 같았다. 

심장 초음파 검사와 가슴에 패드를 부치고 있어야 하는 24시간 심전도 결과, 심장 기능도 떨어지고 부정맥도 많이 잡혀서

심장 전기 충격 시술을 하고 약물 투여 치료를 하기 위해 병원 11층에 자리 잡은 심장 중점 치료 센터로 올라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침대가 창쪽 자리여서 아내와 자주 산행을 하던 엄광산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백병원에 9일 동안 입원 치료를 하고 있다가 2월 7일 오전에 퇴원을 준비하고 나올 수 있었다.

퇴원한다고 해서 병이 완치된 것은 아니다. 치료를 위해서 이뇨제를 많이 사용하고 시술 등 과정에서 신장(콩팥)에 부담이

커져서 신장의 기능이 많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병실 생활을 하면서 제일 힘든 것은 수면과 식사, 계속되는 피검사, 혈압, 혈당, X레이 촬영, 심전도 검사. 그것은 깊은 밤에도

계속되었다. 그중에 가장 힘든 것은  몸에 연결된 많은 관들과 주사, 그래서 마음대로 걷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심장 중점 치료센터로 올라와서는 처음에는 화장실 가는 것도 통제되었다. 부정맥 때문이라고 했다.

병실에 하루 종일 누워 있는 것은 살아 있는 행위가 아니다. 죽어 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불편한 보조 침대에 머물며 나를 간호해 주던 아내와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그 무엇보다 크기만 하다.

 

아내와 퇴원 후 병원 근처 식당에 가서 순대국밥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귀가하여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밤에 깨지 않고 9시간 동안 깊은 잠을 잤다.

 

다음날 2월 8일 누룽지탕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범냇골역을 경유하여 동천으로 나와서 햇빛을 가슴으로 받으며 남쪽으로 계속 걸어서 부산시민회관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서 북쪽으로 거닐며 동천을 한 바퀴 돌았다.

 

걷는다는 것.  그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다,  9일 만에 제대로 걷는 것이어서 다소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 누구든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동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