告白과 回想

나는 시지프스의 벌을 받고 있다.

SHADHA 2024. 2. 12. 09:00

 

오, 나의 영혼아,

불멸의 삶을 애써 바라지 말고 가능의 영역을

남김없이 다 살려고 노력하라.

....핀다로스<아폴로 축제 경기의 축가>

 

신들은 시지프에게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끊임없이 굴려 올리는 형벌을 내렸었다.

그런데 이 바위는 그 자체의 무게 때문에 산꼭대기에서 다시 굴러지곤 했다. 

무용하고 희망이 없는 노동보다 더 끔찍한 형벌은 없다고 그들이 생각한 것은 일리 있는 일이었다.

.....알베르 까뮈<시지프 신화>중에서

 

언덕 정상에 이르면 바로 굴러 떨어지는 무거운 돌을 다시 정상까지 계속 밀어 올리는 벌을 받은 인간.

시지프스.

2023년부터 나는 지금 시지프스와 비슷한 벌을 받고 있다.

심부전으로 인한 폐부종으로 복수에 체액이 차면 백병원 가서 입원하여 체액을 빼어내고, 퇴원을 하고

몇개월 후, 다시 체액이 복수로 차면 병원에 입원하여 체액을 빼어내는 행위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반복되는 그 행위의 끝이 어디쯤인지 알 수 없다. 

현재로서는 치유될 수 없으니.아마 그 끝에는 삶의 끝이 있을 것이다.

1월 22일 채액을 빼어내는 치료를 받고 퇴원하였고, 집에 체중계를 놓고 매일 아침 체중을 재고 있다.

몸무게가 늘어나면 불안하다.

체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현상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또 병원에 입원하여 체액을 빼는 치료를 받는 것이 너무 싫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도 힘들고 입원하고 퇴원할 때마다 조금씩 내가 조금씩 죽어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늘 2월 10일 구정(설날) 뉴질랜드에 가 있는 큰 딸과 사위, 손자,손녀들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작은 딸과도 카톡을 주고 받았다(작은 딸도 명절 휴가로 뉴질랜드 남섬 여행 중이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북적거리던 명절에 올해는 아내와 나. 둘만 남았다.

허전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홀가분하기도 하다.

아내와 단 둘이 갈비찜과 생선구이로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아내는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고

나는 내 방 책상에 앉아서 젊을 때, 읽었던 알베르 까뮈의 < 시지프의 신화 >를 다시 읽었다.

 

언덕 정상에 이르면 바로 굴러 떨어지는 무거운 돌을 다시 정상까지 계속 밀어 올리는 벌을 받은 인간.

시지프스.

복수에 체액을 다 빼고 나면 다시 체액이 차고 또 빼어내고... 죽을 때까지 그것을 반복해야 하는 나.

그리고 많은 양의 약으로 연명하는 나.

 

2023년부터 나는 지금 시지프스와 같은 벌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 밖으로 이 도시 겨울 풍경이 외롭고 차가운 깊은 어둠 속으로 들었고,

긴 건널목에 한 사람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