告白과 回想

그래서 잔스카르에 집을 짓는다

SHADHA 2024. 4. 26. 09:00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는 본격적으로 히말라야 산맥 속 잔스카르 강변 기슭에다 소망하던 상상의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살아갈 그런 하얀 집을 짓기 시작했다.

남쪽으로 소박한 창문을 내고 작은 벽난로를 설치하고 불을 피우고 그 앞에 흔들의자를 놓았다.

그리고 창 밖의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다 잠이 드는 그런 집.

20년 전에 써 놓았던 <나는 잔스카르를 꿈꾼다> 생각 속에서 만들어 갔다.

그리고 매일 밤 행복한 잠에 빠졌다.

 

백병원에서 퇴원하기 전날인 4월 16일, 나를 격려하러 온 수간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 저는 그동안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서 이런 아픈 상황이 슬프지 않습니다.

   다만 최선을 다해 나를 돌보아 준  아내에게 많이 미안해서 가슴이 아플 뿐...

   누구나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데 어쩔 수 없죠.

   저는 한번 입원했다가 퇴원할 때마다 조금씩 더 죽어가는 저에 관하여 익숙해져 있습니다.

 

오늘밤부터는 잠들기 전에 9개월의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을 때를 준비하여 창 밖의 뜰에

하얀 꽃, 노란 꽃, 붉은 꽃이 피어나는 꽃나무를 심기로 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지속적으로 잔스카르를 꿈꾸고 있었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스스로가 세운 소망을 이루고 난 후,

모든 것을 훌훌 다 털어 버리고 떠나서

세계의 모든 땅들을 다 돌고 돌아서

내가 살았던 모든 세상을 충분히 다 기억하게 한 후,

마지막으로 와서 머물고 싶은 땅.

잔스카르.

 

히말라야 산맥 속 광활하게 펼쳐진 초록 평원이 내려다 보이는

잔스카르강변의 잔스카르 산맥 기슭에

척박하지만 순수한 자연과 잘 어울리는 하얀 벽의 작은집을 짓고

9개월간의 긴 하얀 겨울을 준비하고 싶다.

 

보고 싶은 책들을 창문 가까운 벽에다 쌓아두고,

파란색과 초록색과 하얀색 유화물감을 준비하여 두고,

라흐마니코프나 쇼팽과 그리그의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고,

나무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난로 옆,

햇볕 드는 창가에 편한 안락의자 하나 놓아두면 좋겠다.

 

맑고 상큼한 향이 나는 담배를 챙겨놓고,

그윽한 향이 도는 차와 커피도 마련해 놓고,

이윽고 긴 겨울이 시작되면

하얀 추위와 하얀 눈으로

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잔스카르 하얀 벽의 작은 집에 머물며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

그동안 세상을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했던

많은 고뇌와 업을 털어내며, 살아온 이야기를 적어서 남기고

그동안 돌아보았던 이 세상 모든 풍경들을 정리하며

평온한 마음으로 9개월간의 긴 겨울잠에 빠지고 싶다.

히말라야의 깊은 계곡들을 타고 내려온 잔스카르 강물에

나비들이 날며 춤출 때까지...

 

그리고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아닌 듯, 없는 듯,

조촐하게 또는 평온하게

자연으로 돌아가길 꿈꾼다.

 

그래서 잔스카르를 꿈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