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魚回鄕(부산)

성지곡 수원지 봄 풍경 속으로 들다

SHADHA 2024. 5. 13. 09:00

 

어떤 사유로든지,
현재 내게 주어진 운명.
그것이 고통이거나 죽음이라 할지라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순수 자연 속에서 다시 배운다.


어떤 생명이든 그 생명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을 숲 속에서 보았다.
그것은 예술이며 미적 가치이다.
가치가 있다는 것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순수 자연 속에는 절망이라는 것이 없다.
그 모든 것이 그것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나름대로의 역할들을 한다.


개울가에 선 나무들은 나무들대로,
양지에 서거나 음지에 서거나, 
그들은 늘 그 자리에서 서서 꽃을 피우거나, 숲을 이루거나,
새의 둥지가 되거나 이끼의 잠자리가 되어준다.
아무런 불만이나 불평도 없이, 그것이 자연의 위대함이다.


순수 자연 숲 속을 거닐 때면,
나는 아무런 시름도 없이
화랑을 거니는 미술 애호가가 되고
음악을 연주하는 지휘자가 되고
마르셀 프로스트 같은 작가가 되기도 하고
햄릿의 무대 연출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리운 이의 환상과 산책한다.
자연 속에서는 무엇이든 무한하다.

순수 자연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이 다가가
자연의 냄새와 모습을 바라보라.
아름답고 신비한 그리고 숭고한 생명의 사랑빛이
흐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삶을 느끼게 된다.

 ...... 2003년 11월 성지곡 수원지에서 <가을의 추상> shadha 씀

 

2024년 5월 4일, 토요일, 아내와 4년 만에 성지곡 수원지를 찾았다.

오래전부터 자주 찾았던 곳, 성지곡 수원지.

아내와 백양산 능선의 만남의 광장까지 오르고 편백나무 숲을 지나서 바람고개까지 자주 걸었었다.

언젠가부터 아내와 백양산 애진봉 가는 길과 엄광산 능선길을 자주 걷게 되면서 조금 뜸해진 곳이 되었다.

아내의 매는 작은 가방에 김밥과 음료수, 오렌지를 담고 녹담길을 천천히 걸어서 올랐다.

2023년 백병원 입원 한 후부터 자주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 보니 다리 근육이 약해져서 평지를 걷는 것은

큰 지장이 없으나 아직 오르막을 걷는 것은 힘이 든다.

걷는 것이 다소 힘이 들어도 아내와 함께 봄 속으로 들어가서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었다.

편백나무숲의 맑은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와서 상쾌하고 시원하여 행복하다.

조용한 곳에서 쉬고 걸으며 수원지를 온전히 한바퀴 돌며 천천히 산책을 하던 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