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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shadha>슬프고 행복한 이야기 본문

告白과 回想

<shadha>슬프고 행복한 이야기

SHADHA 2004. 2. 13. 00:39


shadha의 日記
2004


슬프고 행복한 이야기

2004년 1월 10일의 일기



201



....껍데기만 부자인 사람은 진짜 부자인 사람보다 훨씬 더 괴롭고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더 사는 것이 괴롭다.
그렇다고 껍데기만 부자로 보이게 하는 허울들..
건축사에다 사장이라는 직함.
그것마저 포기 할 수도 없다.
그것만 포기하면 일반 사람들만큼의 고통만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러지도 못한다.....

....2003년 가을칼럼 < 껍데기만 부자인 사람 >중에서....




대구로 올라갔다 밤늦게 내려온 그 다음날,
나의 주머니안은 텅 비어 있었다.

요즘은 늘 그렇다.

작은 일이라도 하여 약간의 돈이라도 들어오면 직원들 봉급에다,
각종 세금, 회사 운영비를 지불하고 나면 나는 언제나 빈털털이다.
회사는 정상적으로 유지하여야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아침 출근전에 아내의 눈치를 살폈다.
아내에게 생활비를 갖다 주지 못한게 벌써 반년이 넘었다.
회사까지만 가면 어쨋든 해결은 되겠는데
차에 기름이 바닥이 나서 회사까지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 기름넣게 만원만 주면 안돼 ?

그 말 한마디에 아내의 눈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며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한꺼번에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내의 잔소리를 한참이나 듣고 빈손으로 집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는 나를 작은 딸아이가 현관 바깥까지
뒤따라와서 부른다.

...아빠, 여기....

그 작은 딸아이의 손에 만원짜리 한장이 들려 있었다.
작은아이에게 용돈을 준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되어
그아이에게 돈을 있을리 없었다.

...네가 무슨 돈이 있어 ?
...그냥...
...그래, 고맙다..

민망하고 부끄럽고 고마운 마음으로 나서니 뒤에다 대고 작은 아이가 한마디 더했다.

...아빠, 나 오늘 집에 있을껀데 전화는 안받을꺼다.
...왜 ?
...자꾸 친구들이 나오라 그래서..귀찮아서 그냥 집에 있으려고..
...방학인데 친구들 만나러 가지 그러니..
...귀찮아서...아빠 일찍 와, 운전 조심하고...

작은딸아이가 쥐어준 만원짜리 한장으로 기름을 넣어 회사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는 점심시간,
손님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큰딸아이에게서 핸드폰 연락이 왔다.

...아빠, 오늘 현이(작은딸) 생일인거 아나 ?
...아! 아빠가 깜박 잊었네..
...오늘 아침에 현이가 친구들이 생일 파티해준다고 나오라 그러는데,
차비가 없다 해서 내가 만원 주고 왔거든,
그래서 나도 돈이 없는데.아빠가 현이 생일케익 사가지고 오면 안돼 ?
...응.....그래 알았어,

사무실로 돌아와 창가에 서서 먼산을 바라다 보니
가슴에서 찡하니 무엇인가가 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픔이기도 했지만 작은 딸에 대한 대견함과 고마움이었다.

아빠때문에 친구들이 생일파티를 해 준다고 나오라 하는 것을
아빠 눈치 채지 못하게 하고 포기한 것이다.
그 나이에 친구들과 어울리는 유혹을 털쳐내기 힘들었을 것인데,
언니한테 힘들게 얻은 돈을 엄마에게 잔소리 듣는 아빠가 안되어 보여
그것을 아빠에게 건네고 그 자신은 집에 머물기로 한 것이었다.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른이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으려는
신념이 흔들렸다.
허지만 나도 나의 딸을 위해선 그 신념을 깨어야 했다.

그리고는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딸아이에게 아침에 내게 건네준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쥐어 주었다.

...친구들하고 신나게 놀다와라,
...아빠, 돈 어디서 ?
...임마, 아빠 사무실에는 돈이 많잖아...
...아빠, 고마워...
...그래, 우리 새끼...생일 축하한다.
  아빠가 저녁때 케익 사다 놓을테니 일찍 들어와라..


많이 컸다.
언젠가부터 난 나의 딸들에 대해서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땐가...
두 딸이 있는 자리에서 깊은 한숨을 쉰 적이 있었다.

...아빠, 왜 한숨을 쉬어 ?
...아빠가 사업을 잘못하여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힘들게 살게되어
 엄마와 너희들 한테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빠, 아빠가 지금 가난해도 우리는 아빠가 자랑스러워...
  아빠는 좋은 건축가이고 좋은 아빠잖아...
...아빠가 너희들 결혼할 때 돈이 하나도 없어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어도?
...그런건 걱정하지마..우리가 돈 많이 벌어서 우리가 알아서 할께,
  그리고 아빠 좋아하는 외국 여행도 시켜주고...


1월 10일
작은 딸아이의 생일날,
나는 슬프고도 행복한 일기를 쓴다.

고맙다....



202

세상 끝에 서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