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告白과 回想 (133)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무엇도 남기지 않고 다하여... 없을 無 다할 盡 無盡 작년(2002년) 늦은 가을, 인연이 닿지 않으면 평생 쫓아도 만나 뵐 수 없다는 고승이신 설송 큰스님을 단 한 번만에 태백산맥 깊은 산사 현불사에서 친견할 수 있었다. 세 번 절을 하는 동안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읽으실 수 있으시다는 설송 큰 스님을... 85세의 연세로도 청년보다 더 힘이 있고 맑은 눈과 음성을 가지신 그분. 부드러운 웃음으로 나즈막히 물으셨다. ... 내가 무엇을 도와줄까? 약 10 여분에 걸친 짧은 만남끝에 설송 큰스님께서는 ...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100일간 기도할 수 있겠느냐? 하시고는 나를 큰스님앞으로 인도했던 적명스님께 ... 이 분께 관세음보살 보문품을 챙겨 드려라... 하셨다. 인사를 드리고 돌..
산 하나 동해바다에 빠졌다. 산 하나 푸른 하늘에 빠졌다. 솔 숲 가득한 산 하나. 산과 바다와 하늘이 서로 빈정거림도 없이, 나무람도, 의심함도 없이 제자리를 지키어, 산 오르며 보는 하늘, 내리며 보는 바다. 해풍으로 목청을 티운 새들의 노래, 이 틈새, 저 틈새로 잘 어우러지게 핀 해바라기. 속념 다 털어내어 소유욕 0 이 되는 날까지, 산과 하늘의 슬픈 전설을 망각하지 않으려는 이기대. ....1999년중 하늘,바다,산 # 1. 순결 shadha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늘상 그러하듯 푸르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마음 다짐을 하고 몇 가지 소망과 희망을 그려 보기도 한다. 부자로 살게 해 달라는 소원도 아니고, 권좌를 누리며 살게 해 달라는 소원도 아니다. 우리 가족들 지금..
70년을 살면서 그 햇수만큼의 많고 다양한 연말을 맞이했었다.어릴 때는 부모, 가족들과 보내고 성인이 되어서는 친구들과 애인과 회사 동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그리고 가정을 이룬 후, 아내와 딸들과 사위, 손자. 손녀들과 함께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었다. 삶의 종말은 누구에게나 미리 정해진 것이었으나나는 작년 이후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슴에 안고 있는 것처럼 그런 나날을 보내야 했다.또 연말이 변함없이 다가왔고 가까운 이들과의 저녁식사 약속이 이어졌다.12월 13일 금요일 저녁에는 사상 애플 아웃렛 2층 채선당 샤부샤부에서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만나는 지인과의 저녁약속에 아내와 같이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기고인근에 있는 사상 아덴 블랑제리로 가서 따뜻한 유자차와 케이크를..
12월 9일 오전, 날씨가 춥다.밝은 햇살이 있으나 바람이 매섭게 찹다.작년에 아프고 난 이후 내 몸은 유난히 추위에 약해져 있었다.늘 몸이 뜨거웠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아침에 아내가 출근하면서 외출금지를 강조했는데, 옷을 두껍게 입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였다.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에 관한 예측을 쉽게 할 수가 없다.다름 사람들 보다 건강하지 않은 나는 더욱 그러하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 그 가을을 내년에도 , 그 이후에도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지금 내게 주어진 이 순간, 이 순간의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한 이유이다.그 가을의 시간, 그 풍경들을 조금 더 많이 느끼고 싶은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단풍나무 아래에 서서 생명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배운다.왜 ? ..
가을이라는 계절은 인류에게 주어진 축복같다.가을의 아름다움은 그 무엇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 아름답다.다만 아쉬운 것은 지구 온난화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이제는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느낄 새도 없이 겨울이 빠르게 다가와서 아쉽기만 하다.심부전을 지병으로 가지고 있는 나는 아내에 의해서 추운 겨울에는 외출 금지를 강요받고 있다. 젊은 시절,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사업에 몰두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때였던 1996년 경.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타우포 가는 길목, 해밀턴 지역의 외곽도로를 지날 때, 하얀색 외관의 교회 건물 옆 작은 마을에 늘어선 은행나무들의 노오란 낙엽과 붉은 단풍의 조화에 넋을 잃을 정도로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졌었다.그 후, 다사..
소슬바람 뒤로 여름이 숨는다 방긋 웃는 뭉게구름을 올려다보며 우리 함께 웃으니 풀숲에 귀뚜라미도 귀뚤귀뚤 노래 부른다.....서윤덕 처서 處暑 여름이 지나 더위도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고 하여 처서라 한다. 8월 23일, 아직 햇살이 번지지 않은 이른 오전에 그늘진 곳을 따라서 우체국에 잠깐 다녀왔다.그리고 귀가하여 거실 소파에 기절하듯 몸을 뉘었다.처서가 지났는데도 이 여름의 무더위는, 날씨는 미친 것 같았다. 2주 전에 건네받은 친구 시인 유기환의 시집 를 펼쳐 들었다. .... 오, 그렇지 언제인가 낯선 항구를 지날 때 어느 해안에서 뱃길을 전송하며 불의 키스를 나누며 온몸을 뜨겁게 달구던 어느 혼혈 남녀가 이 시각 방정맞게 생각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
8월, 지속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되는 날들, 밖에 나가면 숨이 막힐 듯한 더위,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실내에서만 머무는 단순한 일상이 반복되었다.그때 북해도의 겨울 풍경으로 시작되는 2000년도 일본 영화 을 만났다. .....그리움을 놓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집니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시골 마을 종착역, 호로마이. 평생 호로마이 역을 지켜온 철도원, 오토. 눈이 내리면 그는 고개 들어 눈송이를 쏟아내는 먼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지난 날 잃어버린 소중한 이들의 흔적을 찾아.... 철도 노선이 없어져 역이 없어지면 퇴직을 해야 하는 종착역 역장 오토에게 친구가 이직할 다른 직장을 소개하자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철도원 밖에 없다. 평생 철도에 관한 일만 했기 때문에...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조건..
삶을 영위하는 일.미술관의 뜰에 앉아 그것에 관하여 생각한다.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세월이 가면서 조금씩 죽어가는 과정을 겪는다.다만 나는 한달에 한번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보다조금 더 빠르게 뛰는 심장 때문에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어쩌면 더 빠를 수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인간 개개인마다 주어진 운명에 따라 정해지는 일이기는 하지만,나는 그렇게 인식하고 남아있는 삶의 시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는 없지만,내게 주어진 그 삶의 시간안에서 나를 위해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기며, 알고 싶어 한다.일을 하는 것이나, 음악을 듣는 것이나, 영화를 보는 것이나,책을 읽는 것이나, 여행을 하는 것이나, 음식을 즐기는 것이나,사랑을 하는 것 또한 그러하다.그러나 병원에 들러 환자가 되었..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이상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 김광석 중에서 약 35년 전쯤에 나는 거실 전축 앞에 앉아서 차에서 틀고 다닐 노래를 녹음하고 있었다. 김광석 그때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라는 가사에 깊이 동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파란만장한 세월이 흘러서 내 나이 70살이 되었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이상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육체는 하염없이 늙어가서 노인이 되었다. 70살을 앞둔 6월 21일에는 50년 친구 내외와 자주 찾게 된 오시리아 대게만..
경부선 철로변 유휴부지 도시숲 조경사업의 인환으로 조성된 견우공원.살고 있는 아파트에 인접되어 있어서 거의 매일 산책을 하고 있는 길이 150m 소박한 공원이다. 저녁식사 후, 공원 산책로를 계속 반복해서 걸으며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때로는 건강에 대한 희망사항도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깊은 상념도 하게 된다.작지만 좌우로 핀 나무들과 꽃들 때문에 공기가 맑고 신선하게 느껴져서 좋다.때로는 온갖 새들의 지저귐도 있어서 좋다.걷다 보면 어느덧 해가 지고 어스름하게 밤이 찾아오고 바람이 차가워진다.산책로 맨 끝에 당도하여 숨을 깊이 쉬고 마음속에 깊이 감춰둔 소망을 생각한다.건강이 안 좋은 나는 이 산책로를 걸으며 아직 건강하게 살아 있음을 고맙게 생각하기도 한다.그리고 운동기구에서 가볍게..
지난 밤까지도 깊은 어둠속에 속절없이 내리던 봄 비가 그치고 눈이 부시도록 맑은 아침이 열렸다. 봄 빛이 가득한... 5월 12일, 오전 아파트 뜰에 선 청단풍 아래에 섰다.간 밤에 내린 오월의 비로 잎사귀 마다 맑은 물방울들이 진주처럼 빛났다.모든 풀잎 마다 진주 방울들이 반짝였다.아름답다.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을 만난 숲과 나무들과 꽃들은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한다.5월의 봄. 황혼에 매서운 겨울을 만난 나에게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때론 힘들어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내에게 전화하여서 뜰로 내려오기 하여서 청단풍 나무 아래에 같이 서서 큰 숨 한번 쉬며 초록 생명의 공기를 흠뻑 마셨다.그리고 맑고 깨끗한 숲의 공원을 산책한다. 황혼에 매서운 겨..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는 본격적으로 히말라야 산맥 속 잔스카르 강변 기슭에다 소망하던 상상의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자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살아갈 그런 하얀 집을 짓기 시작했다.남쪽으로 소박한 창문을 내고 작은 벽난로를 설치하고 불을 피우고 그 앞에 흔들의자를 놓았다.그리고 창 밖의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다 잠이 드는 그런 집.20년 전에 써 놓았던 생각 속에서 만들어 갔다.그리고 매일 밤 행복한 잠에 빠졌다. 백병원에서 퇴원하기 전날인 4월 16일, 나를 격려하러 온 수간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동안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서 이런 아픈 상황이 슬프지 않습니다. 다만 최선을 다해 나를 돌보아 준 아내에게 많이 미안해서 가슴이 아플 뿐...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