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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이미 모든 것이 끝나버린 그리고 아무도 살지 않는 세상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달은 로마의 고독 위로 자신의 창백한 고독을 끌고 간다 그 달은 인적 없는 거리를 울타리를 광장을 아무도 거닐지 않는 정원을 수도사의 목소리라곤 전혀 들리지 않는 수도원을 콜로세움의 회랑처럼 황량한 외딴 수도원을 비추고 있다....... 샤토 브리앙.... 1993년 3월에 업무차 유럽에 갔다가 돌아보게 된 이탈리아 로마의 추억을 32년 만에 다시 돌아본다. 로마에서의 고독 어떤 여행지에서나 밤은 늘 고독하다 고독한 산책자.. 어쩌면 미치도록 외로운 고독감의 맛으로 여행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로마의 밤에 느끼는 고독감은 다른 여행지에서의 고독감과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샤토브리앙이나 괴테가 또는 장 그르니에가 그 아름..

잠적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인도양의 아침 열대의 하늘과의 어울림에한점 나무랄 데가 없는 빈랑나무들과그 그림자들이초록 잔디밭과 인도양을 향해 뚜렷한 금을 그어 놓고 있다. ....때론,어떤 존재와 그 형태가 규정된 어떤 선상에서 벗어나려 하나,이내부질없는 일임을 쉽게 알게 된다. 테라스 레스토랑,야자수 잎사귀 사이로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들고,연분홍 억키꽃으로 둘러싸인 그곳에서따뜻한 영국산 홍차와 다양다색한 고급스러운 치즈.질 좋은 베이컨과 부드러운 빵.신선한 오렌지 주스와 달콤한 멜론주스. 언젠가는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머물고 싶다는 소망을 두고,그럴 수 있는 합리적인 핑계모색..... 어떤 선택에 있어서 늘 지나치게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어쩌면우리 자신 또한 스스로 선택된 것이 아니기에굳이,이..

여행 중에는 뜻하지 않은 많은 일을 겪게 됩니다. 세월이 꽤나 지났는데도 쉽게 잊히지 않는 추억이 스위스 루체른에서 있었습니다. 잊히지 않는 스위스 가이드 할머니와 싱가포르 여인 친. 여행 후 주위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던 부분과 저 혼자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려 합니다.33년 전인 1993년 스위스 여행은 당초 유럽 여행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었습니다.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의 업무적인 경향이 강한 여행과 다르게한국으로 귀국 전, 갑자기 포함된 스위스에서의 이틀간의 여행. 취리히에서 하루를 보낸, 우리는 숙소인 알렉산드라 호텔의 지배인에게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는 가장 좋은 코스를 추천받았습니다.. 그곳이 바로 취리히 중앙역 앞에서 출발하는 알프스 엥겔베르그와 티틀리스, 그리고 루체..

차는 파리의 밤을 서서히 미끄러져 갔다. 천장을 쉴 새 없이 두들기는 빗소리 때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환하게 불이 켜진 즐비한 샹들리에가 스쳐 지나갔다. 반인 반어인 해신 트리톤과 바다괴물의 상이 있는 콩코르드 광장이 어둑어둑한 가운데 광활한 모습을 나타냈다. 리볼리가 가 다가왔고 창문에 불빛이 반짝이는 루부르 박물관의 회색 자태. 강변로와 다리가 물결속에 단조롭게 한들거렸다. 센강, 불바알, 버스의 소음, 사람들, 가게들, 룩샘부르의 철책. 릴케의 시같은 정원, 몽파르나스의 묘지, 다닥다닥 붙어있는 유서 있는 집들과 길. 침묵의 광장,늘어선 나무들, 풍상에 퇴색한 동상들. 희뿌연 가로등,공중변소,성당. 호텔이 즐비한 골목길,로코코나 바로크 양식의 건물들. 프로스트의 소설에 나옴직한 컴컴한 대..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에 심취하던 나의 젊은 시절에 글을 쓰고 싶게 만들고, 소설속으로 들어가서 상상의 날개를 펴게 해 주던 작품들과 작가들, 앙드레 말로, 훼밍웨이, 오 헨리, 앙드레 지드, 생 땍쥐베리, 리챠드 바크등 좋아하는 많은 소설가들이 있었으나,그 중에서 4명의 작가들이 나의 뇌리 속에 깊숙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알베르 까뮈, 레마르크, 솔제니친, 가와바타 야스나리. 알베르 까뮈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근조.'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양로원은 알제에서 팔십 킬로키터 떨어진 마랭고에 ..

누군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누구인가 하여 작은 뜰로 나서고 보니 맑은 적막감만이 가슴이 시리도록 출렁인다. 애 띤 처녀같이 수줍은 미소를 지닌 연분홍 꽃나무와 잘 다듬어진 소나무사이, 여정 길에 잠시 손목을 놓았던 나의 사유가 지붕 끝에 매어달린 쇠사슬 물이랑 곁에 서 있고 아슴아슴 다가 서는 근심 없는 하늘빛이 있을 뿐, 청아한 새소리가 지나치게 행복에 겨워하길래 어느 나무쯤 둥지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나 하여 발걸음을 옮길 때, 또 누군가가살며시 어깨를 짚는다. 아! 하얀 목련꽃이 거기 있구나. 눈부시도록 하얀 꽃잎들이 하늘 하늘 바람들과 장난질 치다 객사에 홀로 든 외로움 가득한 사람에게 함께 끼여 놀자고 한다. 청록빛이 맑은 향 짙은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트인 창 밖 숲 너머 하늘과 ..

山을 담는 여덟 개의 샘忍 野 八 海 山이 하늘에 메일 때는하나의 山이고,山이 바다에 메일 때도하나의 山인데,오시나 핫카이(忍野八海)에 메일 때는하나 山이여덟개의 山이 된다. 후지산白雪 山頂이 호숫가 작은 마을 오시나 핫카이.그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의여덟 개 소담스러운 작은 샘에 빠져노닌다. 太山같은 山을명경같이 맑은 물에다한아름 품을 수 있으니,아무리 작고 소담스런 샘이라 하더래도바다와 같다 하겠다. 난초의 초록향과후지산의 순백의 향이 만나연분홍 꽃망울을 영글게 하는오시나 핫카이 忍野村. 오시나 핫카이 忍野村. 후지산 아래에서 맴도는 고독 해 질 무렵의 후지요시다(富士吉田)역5月인데도 바람이 매섭게 춥다.. 후지산 아래 작은 역 대합실내로 산정에서 불어온하얀 눈바람이 지나간다.한 무리의..

신주쿠의 밤. 5월이 그리 다 지나가고 있었다. 쇼쿠안 도오리에서 오쿠보 도오리쪽으로 난 몇 개의 작은 골목길 안에 작은 Love Hotel 몇 개와 이국인들을 위한 작은 숙소들과 허름한 식당들과 전당포와 미용실들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넘어온 작고 짙은 갈색의 피부를 가진 여인들이 하얀 우산 하나씩 들고 신주쿠에서 신오쿠보로 넘어오는 길목의 어두운 가로등 아래에 서서 취객들을 기다리고 서 있었으나, 이젠 그 자리에 밝은 할로겐 가로등이 서 있고, 몇 개의 음료수 자판기만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어디로 갔는지 없다. 공중전화박스의 유리문을 열어둔 채 싼 담배를 피워 문 중국인 노동자의 그을린 얼굴과 목소리가 슬플 뿐이다. 비가 오지 않아도 신주쿠에 별이 뜨면 ..

1995년 7월. 금요일 아침 출근길.아침 햇살이 맑고 뜨거워지기 시작한다.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부둣길을 달리던 중 먼 시야 산 너머 김해공항에서 비스듬히 하늘을 차고 오르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순간,어디론가 갑자기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바로 공항의 대한항공으로 전화를 하여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예약하고,차를 공항으로 바로 몰았다.입고 있던 옷차림 그대로에 카메라만 챙겨 들고 떠났다. 11시에 김해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11시 45분에 하카다 공항에 도착하고,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10분거리의 하카타역으로 나왔다.후쿠오카는 너무 가깝다.구주섬의 최남단 가고시마행 제비가 그려진 특급열차표를 티켓팅하고,하카다 역에서 열차 안에서 먹을 점심도시락을 골랐다.(모양과 맛이 다양한 엄청난 종류의 도시락을 고르는 재..

하늘로 오르는 정거장 알프스의 하얀 꿈으로 엮은줄을 타고하늘쪽으로 오른다.나는 고공공포증 환자이나 두렵지가 않다.벼랑에 수직으로 매달려 오르는 케이블 카.추락한다 해도 두렵지가 않다.알프스에 매달린 채떨어져도 알프스인걸...아주 멀리엥겔베르그 종착역으로 오르는단선 철길은하얀 숲속으로 잠시 은신하고,이른 봄,아직 녹지않은 호수는 알프스의 거울처럼짙은 빛 하늘색을 담고,예배당이며, 학교 지붕이며,사람들이 사는 지붕들이이내 작고 예쁜 인형집 되었다가.은빛 세계 속으로 침잠되어,알프스의 깊은 색감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세군데 하늘로 가는 정거장을 거쳐티틀리스로 간다.내 생애 가장 높이 올라가는 땅으로.. 두렵다.하늘에 우주의 척도로도한치 더 가까워진 땅.그 우주와 하늘로부터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하얀 알프스..

하늘아래에서도더 높은 하늘 아래 하얀 마음속.원색의 푸른 하늘 꽃무늬로티틀리스Titles의 문을 여는1050m의 엥겔베르그.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손잡고빙글빙글 둘러하늘을 바치는 사이에자만심 강한 편집증의 상록수와그 아래 모듬살이에 익숙한 아이들이 사는.. 알프스의 얼음물이 흐르는작은 샛강 위나무다리 건너는 양 떼 속,하이디의 검은 방울새와 여린 꿈이 지날 때한줄기 목쉰 봄바람. 양젖 짜는 두 손끝에맑은 휘파람 소리가 일어피어발트 슈테터 호수에 이르는데,보랏빛 꽃들이 하얀 눈 속에서도향기를 잃지 않으니,하늘색,알프스색,땅색이 꿈 색이 되어엥겔베르그의 나부끼는 깃발이 되고,예배당 높은 종탑뒤로,알프스의 천연 벽지 위로평화로움을 담은붉은색 행글라이드 하나떠 있다.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루체른에서피어발트..

서쪽 블루마운틴으로거의 다 넘어가버린 햇살이 남아있는 하버브릿지를 향하고 있는오페라 하우스 테라스 바닥.한 구석에,털썩 내려앉은,작고 매력적인 예쁜 동양 별 하나. 머언이국 저녁 하늘 아래서 만난,사이비 천문학자와 샛별.서큘러 선창길을 같이 걷는아름다운 우연,파리에서 조앙을 만나는 라비크처럼,,열린 화제로,분별력과 보편적인 만남의평행선을 유지한 채로 걸었다. 항구에 면한 노천카페들 사이로꽃다발 더미가 지나고, 자유로움이 지나고사랑이 지난다.작은 별의 향기로운 숨결 속으로내가 지난다. ... 영국식으로 어" 대신 "아".. 브리스반이라고 해야죠.... 브리즈반?.. 아니..... 브리스반?... 그래요 오케이. 까르르 웃는 하얀 치아에비치는어떤 외로움. 힉슨 거리로 다가설 때,방울마다,향기 배인 빗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