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줄의 운명 (96)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오 정 순 고맙습니다 12/31 고맙습니다. 땅의 회상이란 칼럼 이름에서 힌트를 얻어 지난 1년간 사보에 '공간의 기억'이란 글을 연재하고 12월로 마쳤습니다. 고맙습니다. 여행지도 더듬을 가치가 있지만 내가 살다가 이사다닌 곳이 나의 인생과 어떻게 연관지어지는지를 더듬어보는 것도 흥미로왔습니다..
오 정 순 공은 바닥을 쳐야 튀어 오른다 12/19 공은 바닥을 쳐야 튀어오른다. 오르던 공이 내려오기 시작하면 빌고 빌어도 땅에 떨어져야 튀어오른다. 오늘 아침 신문을 뒤적거리다보니 증권이라는 것도 바닥을 쳐야 오른다고 한다. 언젠가 붙으려니 하며 지리하게 끌고 가던 공부도 더 내려갈 곳이 없..
오 정 순 밥 먹고 가거라 12/02 밥 먹고 가거라 춥다. 두꺼운 옷을 입어도 춥다. 아마도 옷을 입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항상 춥다. 김장해두었다고 가져가라는 어머니의 분부를 지키기 위해 간다. 가방에는 배추값의 1000배가 되는 현금을 준비하였다. 나는 결혼하여 김장을 포기했..
오 정 순 나도 나무 처럼 전지하고 싶다. 12/01 나도 나무처럼 전지하고 싶다. 전지한 나무가 깔끔해 보입니다. 내 마음 밑둥까지 잘라 새순 돋운다고 할 때가 언제인데, 벌써 전지하고 싶다고합니다. 다 버려도 별로 대수롭지 않을 인생, 그 파편들을 끌어안고 한 해 마지막 달을 맞는데, 풍경 속의 나무..
오 정 순 11월의 기도 11/20 11월의 기도 주여 이제 산도 비워지고 들도 비워지고 달력도 비워졌습니다. 한해 동안 생긴 미움은 낙엽처럼 떨구고 성과는 가슴을 거쳐 하늘에 담게 하소서. 남이 한 우물을 파면 우물 안 개구리라 하고 내가 파면 전문인이라 한답니다만 누가 뭐라든 파서 당신 보시기 좋다..
오 정 순 힘 09/23 힘 힘 그 어감에서는 근육질이 느껴진다. 천하장사의 몸무게가 느껴진다. 그러나 수다 앞에 침묵으로 버티는 것도 힘이고 정신적 압제 아래서 생명력을 잃지않고 참아내는 것도 힘이다. 공격도 힘이고 수비도 힘이다. 밀치고 나가는 것도 힘이고 참고 버티는 것도 힘이다. 어느 것이 ..
오 정 순 가을에는 배반감을 느낍니다. 09/22 가을이면 배반감을 느낍니다. 나무들의 세계에 가을이 오면 서로 배신감을 느낍니다. 초록은 동색이려니 하고 비슷비슷한 줄 알고 마음트고 살던 나무들이 가을이 오면 하나둘 등을 돌리고 싶어집니다. 꽃은 보일까말까 하게 피는 모과는 엄청나게 큰 열매..
오 정 순 순리대로 제 걸음으로 가십시오. 09/16 순리대로 제 걸음으로 가십시오. 나는 힘이 적습니다. 그러나 힘있는 당신이 있어 다행입니다. 뒤 따라 가며 당신이 들려주는 모든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습니다. 인생은 돌고 돌아 언젠가는 당신이 내 뒤에서 밀고 올거라고 믿습니다. 빨리 달린 사람은 ..
오 정 순 나는 알았다 09/08 나는 알았다. 나는 알았다. 왜 젊은 날 한국 영화를 즐겨 하지 않았는지. 왜 한국문학작품을 잘 읽지 않았는지. 요즈음 왜 한국여행 사진에서 영감을 받지 못하는지... 익숙함에는 설레임이 없다. 가본 곳에는 호기심이 없다. 머문 곳에는 내 것이 강하게 채색되어 있다. 예쁜 ..
오 정 순 요즈음 제가..... 09/04 요즈음 제가..... 3월부터 중도장애인 (편마비된 분)들의 재활을 위한 바른글쓰기 지도를 합니다. 글을 쓰며 자신을 표현하면서 잃어버린 기억을 회생하고 새롭게 앞을 바라보도록 돕습니다. 오늘 복지관의 직원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내게 시간의 의미를 얹어주었습니다. ..
오 정 순 방랑자 09/01 방랑자 티벳에서의 7년 남산의 어느 호텔에서 있었던 시사회에 갔던 날, 이곳마저 방랑자의 구미를 맞추는구나 싶었지요. 비가 오면 남산으로 가고 싶다. 눈이 와도 남산으로 가고싶다. 봄이 오면 늘어진 벚꽃을 만나러 남산으로 가야지 한다. 하고 싶다는 구호에는 하지 못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