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미루나무 푸른숲 (59)
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미루나무 그해 겨울 미시령 01/19 그 해 겨울, 눈 내린 뒤끝의 미시령은 장엄하고도 아름다웠다. 골골이 제 속살을 다 드러내고 있었다. 깡 마른 한 남자가 영혼의 지도를 그대로 보여 주는 듯했다. 갈비뼈 어디쯤에서 울고 있는 지난 날의 서러움도 보였다. 툭 털고 일어나 동해를 향해 달음질치려는 붉..
미루나무 행복한 카페 01/19 사진을 못 찍는 저에게 이 집은 커다란 통유리로 만들어진 행복한 카페 같았습니다. 물 한 잔 홀짝거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즐거움을 혼자 누리다 돌아가곤 하였습니다. 초록의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기도 하고 연분홍 복사꽃밭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였습니다. 먼 지중..
미루나무 경이롭다 12/15 희망도 절망도 없이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나는 지기님의 역동적인 삶이 그저 경이롭기만 합니다. 추락의 끝에서도 맑은 심성을 잃지 않고 12월 푸른 하늘처럼 마음 가득 투명한 희망을 품고 있는 당신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가장 강하고 아름다운 분입니다. 무적..
미루나무 1998년 1월 1일 오전 9시 12/01 밤기차에 기대서 새벽이 오길 기다리며 꾸벅꾸벅 졸았다.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태종대에서 일출을 보았다. 밤새 기다린 태양은 사람들 머리 사이로 딱 3초 만에 떠올랐다. 아차 하는 순간 놓칠 뻔했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아무도 모르는 이 무리 속에서 오래..
미루나무 프리다 칼로의 일생 11/24 1907년 멕시코에서 독일계 유대인의 셋째딸로 태어나다. 1921년 명문 국립대학 예비반에 입학하다. 1925년 타고 있던 버스가 열차와 충돌하여 등뼈와 골반 한쪽 발이 으스러지는 사고를 당하다. 전 재산을 탕진해 가며 수술에 매달리지만 계속 후유증에 시달리다. 가족..
미루나무 어느 날 11/17 그렇게 자연을 사랑하다 보면 그렇게 자연 속에서 생의 의미를 다시 찾다 보면 어느 날 '無盡'의 경지에 들어서겠지요. 그러면 저 숲과 하늘이 서로 사랑하는 숨소리마저도 내 것인 양 무의식의 마당에서 절로 노닐게 되겠지요.
미루나무 Re:너무 늦다 11/17 다 이룬 다음에 그녀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너무 늦습니다. 그녀의 상황을 배려해서 오늘 만나지 못하는 것과 그녀를 한없이 기다리게 하는 것은 다릅니다. 기다림도 사랑이지만 그리움도 사랑이지만 오늘 들려주는 목소리만 못하지요. 오늘 잡아주는 따뜻한 손만 못하지요..
미루나무 이름을 찾아 11/13 ** shadha님 ** 이름을 잃어버리셨나요? 다른 사람이 불러주지 않아도 이름은 늘 살아 있는 거랍니다. 열정의 꽃 한 송이 가슴에 품고 거친 바다를 유영하는 청어의 푸른빛 꿈을 빚어가는, 맑고 순결한 자존심으로 현실의 너절함을 헹궈가는 힘, 그게 님의 이름 그 자체 아닐까..
미루나무 살아지는 것 11/09 운명을 믿든 믿지 않든 맹렬한 생의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 살아가는 것이라고 굳건히 믿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그들의 에너지가 한없이 부럽기도 하지만 나는 늘 그들이 무섭고 벅차다. 그냥, 태어났으니까 죽을 수 없으니까 해 뜨고 달 뜨듯이 저절로 살아지는 ..
미루나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10/20 부자인 정몽헌 씨가 자살했다고 해서 가난한 자가 덜 괴롭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저녁 가난한 집 들창문에서 환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해서 그들이 행복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갖고 싶은 물건 모두 사준다 해서 부잣집 아들이 더 행복하다 말..
미루나무 그림인가, 사진인가? 09/27 shadha님 저 몽환적인 그림은 사진입니까? 그림입니까? 그림을 일그러뜨린 것인가요? 사진을 흐트러트린 것인가요? 마음의 갈피마다 피다 만 꽃송이처럼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듯한 저 풍경들이 나를 자꾸 눈물나게 합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선에 서 있는 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