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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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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까지도 깊은 어둠속에 속절없이 내리던 봄 비가 그치고 눈이 부시도록 맑은 아침이 열렸다. 봄 빛이 가득한... 5월 12일, 오전 아파트 뜰에 선 청단풍 아래에 섰다.간 밤에 내린 오월의 비로 잎사귀 마다 맑은 물방울들이 진주처럼 빛났다.모든 풀잎 마다 진주 방울들이 반짝였다.아름답다.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을 만난 숲과 나무들과 꽃들은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한다.5월의 봄. 황혼에 매서운 겨울을 만난 나에게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때론 힘들어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내에게 전화하여서 뜰로 내려오기 하여서 청단풍 나무 아래에 같이 서서 큰 숨 한번 쉬며 초록 생명의 공기를 흠뻑 마셨다.그리고 맑고 깨끗한 숲의 공원을 산책한다. 황혼에 매서운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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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금요일 오후 4시, 서면역 지하 사거리에 서서 아내를 기다렸다.금요일마다 서면 근처 회사에서 퇴근하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자주 서성거리는 곳이다.만나서 롯데백화점이나 서면 NC백화점 쪽으로 가기도 하고, 가까운 지인들과 만나서 서면 주변 맛집으로 가기도 하고같이 지하철을 타고 남포동이나 해운대, 또는 동래, 사상이나 양산 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편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고정적으로 출퇴근을 하지 않은지 6년 차에 접어들기는 하지만 금요일 오후는 항상 마음이 가볍고 신난다. 아내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아내가 쉬기 시작하는 금요일 오후부터 토, 일요일에는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서 산책을 하거나 여행을 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의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일상화된 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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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유로든지, 현재 내게 주어진 운명. 그것이 고통이거나 죽음이라 할지라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순수 자연 속에서 다시 배운다. 어떤 생명이든 그 생명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을 숲 속에서 보았다. 그것은 예술이며 미적 가치이다. 가치가 있다는 것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순수 자연 속에는 절망이라는 것이 없다. 그 모든 것이 그것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나름대로의 역할들을 한다. 개울가에 선 나무들은 나무들대로, 양지에 서거나 음지에 서거나, 그들은 늘 그 자리에서 서서 꽃을 피우거나, 숲을 이루거나, 새의 둥지가 되거나 이끼의 잠자리가 되어준다. 아무런 불만이나 불평도 없이, 그것이 자연의 위대함이다. 순수 자연 숲 속을 거닐 때면, 나는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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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심부전 약 을 추가 투약한 지 2개월이 지났다.기분 탓인지 알 수 없지만 몸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독특하게 아침 식사하는 도중에 투약을 해야 하는 독특한 약. 그래서 아침식사를 거를 수가 없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 출근하지 않는 아내와 아침식사를 하고 어디론가 산책하러 갈 곳을 물색하다가날씨가 그리 맑고 매력적이 아니라서 포기를 하고 아파트 근처 우리 동네 한 바퀴 돌기로 했다.부산의 상업 중심가 서면에서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사과빵이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처음 오픈 했던 2022년 가을부터 소금빵을 좋아하는 아내와 가끔씩 들리는 카페이다.집에서 나설 때는 서면 버거킹에서 와퍼를 먹고 프랑제리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으나, 아내가 버거킹 가지 말고바로 카페 프랑제리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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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토요일, 서울에서 내려온 작은 딸이 병원에서 퇴원한 아빠에게 맛있는 거 대접하겠다고 하여서아내와 함께 오시리아에 대게 먹으러 갔다.대게 만찬은 2022년 5월 28일, 회사일로 뉴질랜드로 혼자 먼저 떠나는 큰사위의 출국 전에 가족 만찬을 하기 위해서 갔던 곳이다.벌써 2년이 훌쩍 지났다. 하루 전날인 4월 26일에는 외국 갔다가 돌아온 친구 내외의 초대로 부부 동반으로 오시리아에 왔었다. 4층에 있는일등가 오리불고기를 연화리 앞 동해 바다가 바라보이는 풍경을 즐기며 즐겼다.이틀 연속으로 나의 퇴원을 축하하는 만찬으로 을 가게 되는 일정을 가지게 되었다. 대게로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전날 친구 내외와 같이 가서 커피를 마셨던 대변항 로 다시 갔다.아내에게 작은 딸은 대변항구를 바라보며 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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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기 전에, 나는 본격적으로 히말라야 산맥 속 잔스카르 강변 기슭에다 소망하던 상상의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자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살아갈 그런 하얀 집을 짓기 시작했다.남쪽으로 소박한 창문을 내고 작은 벽난로를 설치하고 불을 피우고 그 앞에 흔들의자를 놓았다.그리고 창 밖의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다 잠이 드는 그런 집.20년 전에 써 놓았던 생각 속에서 만들어 갔다.그리고 매일 밤 행복한 잠에 빠졌다. 백병원에서 퇴원하기 전날인 4월 16일, 나를 격려하러 온 수간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그동안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아서 이런 아픈 상황이 슬프지 않습니다. 다만 최선을 다해 나를 돌보아 준 아내에게 많이 미안해서 가슴이 아플 뿐...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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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병상에서 눈을 뜨니 춥고 음산하다. 일어나서 창 밖을 보니 짙은 차가움이 어두운 하늘에 가득하다. 4월 중순인데 황사와 어우러진 스산한 짙은 회색빛 하늘, 지구의 멸망이 온 것 같은 그런 풍경이다. 장송곡이 잔잔히 흐르면 어울릴 것 같은 그런 날씨. 어쩌면 이번 내 생애에서 만나는 마지막 4월일 수도 있는데, 계속 슬픈 날씨로 다가 온다. 참으로 잔인한 4월이다. .... 내 나이 70이면 살 만큼 살았다 아이가 지인과 통화하다가 한 말이다. 4월 17일 백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퇴원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임시로 하는 퇴원 같은... 아내와 엄광로 산복도로에 위치한 육개장 맛집에서 버섯육개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택시타고 귀가하고 4월 18일에는 집에서 보면서 등심 스테이크를 구워서 점심식사를 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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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몇 번의 봄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남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해마다 벚꽃이 필 때는 항상 찾던 만리산 체육공원이다. 그 어느 곳보다 벚꽃이 화려하게 만개하던 곳. 어제 토요일 3월 30일, 아내와 대저 생태공원 산책을 하며 벚꽃과 유채꽃을 보고 왔지만 아내에게 만리산 벚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요일 만리산 산책을 제안했다. 지금 나의 건강상태로는 평지를 걷는 것은 그나마 잘 걷는 편인데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아직 많이 힘이 든다. 그래서 배낭대신 아내의 작은 매는 가방에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삼각김밥과 콜라를 담고 평지에서 산복도로 엄광로를 따라 운행하는 87번 버스를 타고 호천마을에 내려서 만리산 체육공원으로 올랐다. 아내와 천천히 만리산 체육공원 희망산책로를 걷고 정상 전망대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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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봄이 찾아왔다. 3월 30일 토요일, 아내와 사상에서 BGL(부산 김해 경전철)을 타고 등구역에 내려 편의점에서 음료수와 빵을 하나 사서 낙동강변 대저 강둑으로 올라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벚꽃 나무 아래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봄!!! 다리 부종으로 인하여 걷는 것이 힘들기는 했지만 아내와 함께 2024년 처음 봄 산책을 하기 위해 벚꽃과 유채꽃을 같이 만날 수 있는 대저 생태공원을 선택했다. 올해 1월부터 계속된 아주 못된 날씨.... 역시 또 흐린 날씨이다. 푸른 하늘아래를 거닐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하는 나의 소박한 소망을 여지없이 묵살했다. 대저 생태공원은 뉴질랜드 가 있는 큰 딸과 사위가 부산에 있을 때 캠핑장에 와 있는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가끔씩 오던 곳. 마지막으로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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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3일 오전 10시. 오늘도 살기 위해 11알의 아침 약을 여느 때와 같이 변함없이 복용했다. 심부전에 의한 폐부종. 1년 전인 2023년 3월에 백병원에 입원하여 중환자실에 있다가 퇴원한 이후, 주기적으로 복수가 차고 다리에 발생한 부종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가야 한다. 3월 25일, 월요일, 정기 진료받으러 가서 담당교수를 만나 입원을 결정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4개월에 1번. 그다음은 3개월에 1번 입원하여 치료했는데 그리고 이번에는 2개월 만에 가야 할 것 같다. 점점 짧아지는 주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2주 전, 진료에서 새로 나온 심부전 약을 처방받고 다른 심장약들과 함께 복용하고 있는데 아직 다른 변화는 없다. 부종을 치료하기 위하여 병원에 입원하면 약 2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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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영혼아, 불멸의 삶을 애써 바라지 말고 가능의 영역을 남김없이 다 살려고 노력하라. ....핀다로스 신들은 시지프에게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끊임없이 굴려 올리는 형벌을 내렸었다. 그런데 이 바위는 그 자체의 무게 때문에 산꼭대기에서 다시 굴러지곤 했다. 무용하고 희망이 없는 노동보다 더 끔찍한 형벌은 없다고 그들이 생각한 것은 일리 있는 일이었다. .....알베르 까뮈중에서 언덕 정상에 이르면 바로 굴러 떨어지는 무거운 돌을 다시 정상까지 계속 밀어 올리는 벌을 받은 인간. 시지프스. 2023년부터 나는 지금 시지프스와 비슷한 벌을 받고 있다. 심부전으로 인한 폐부종으로 복수에 체액이 차면 백병원 가서 입원하여 체액을 빼어내고, 퇴원을 하고 몇개월 후, 다시 체액이 복수로 차면 병원에 입원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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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어느 때 보다 춥고 암울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었다. 혹한의 추위이거나 흐리거나 비 오거나 태풍같은 바람이 불거나.... 1월에 백병원에서 진료 중 받은 심장 초음파 검사에서 아주 나쁜 결과를 통보 받았다.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태의 심장 건강 상태 !....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저혈압에 가까운 혈압이 계속되어서 미세한 어지러움이 진행되었다. 나의 일상은 여전히 변함이 없으나 나는 이미 아내와 병원에서는 중환자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담당의사는 2월 초에 새로 나온 심장약을 추가하자고 하였으나 그 결과는 알 수가 없다. 아직은 조금 더 건강하게 살고 싶으나 그 또한 알 수가 없다. 그런 현실보다 나를 더 슬픈게 하는 것은 날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