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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우선 한 단층 지대가 이루는 절경이 눈에 들어온다.침침한 참나무와 사이프러스들이 자아내는 겨울철의 친밀감이 여름철처럼 반짝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그리고 또 하나의 절벽을 돌아가니 철학자가 이상적이라 생각할 만큼 아름다운 두브로브니크가 우리 앞에 나타난다.지붕들이 기념비적인 요새의 성벽 속에 갇힌 채 펼쳐져 있고, 한쪽으로 바다 그리고 다른 쪽으로는 광대하게 굽이치는 산들이 그 성벽을 끌어안고 있다.한편 그 배경에는 여러 겹의 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저녁이 되자 나는 걸어서 구시가지로 들어갔다. 땅거미가 들 무렵,납덩이같은 회색 바닷속에 장난감 같은 유람선들이 나란히 정박한 아기자기한 작은 항구가 있었지만두브로브니크는 그림처럼 아름답지는 않았다. 이 도시는 너무나 실질적이다. 내가 시칠리아에서 ..
... 버스에서 내리자 한 마을을 지키고 있는 뽀족뾰쪽한 사이프러스와 자작나무의 무성한 숲이 보였다. 그 마을의 빨간색 지붕들은 색이 바래서 파리한 샹앗빛이 되었거나 이끼 때문에 검은색을 띠었다. 축축한 판석이 깔린 골목들은 하늘쪽으로 경사져 있거나 희미하게 조명된 어둠 속으로 휘어져 있었다. 에리체 산 정상에 자리잡은 에리체 시는 짙은 안개로 덮인 폐허의 경관을 이루었는데, 끊임없이 갈라지는 안개사이로 이곳저곳에 고딕 양식의 출입구가 드러났다. 이를테면 산미르티노는 한때 탁한 붉은색이었지만 지금은 연기에 그을린 묽은 분홍색이었다. 노르 만풍과 고딕풍의 건물 앞면들이 여러 세기에 걸친 비바람에 시달린 꼴을 하고 있었다. 그곳은 속삭임이 가득한 곳으로, 햇빛을 듬뿍 쬐는 지중해의 정신적 핵심이면서도 싸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