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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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 이바구길 산책
산동네 골목길은 핏줄과 같다
부산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산동네이다.
도시 전체가 산기슭을 따라 바다를 향하여 형성되어있고, 일제 강점기와 6,25 동란을 거치면서
많은 피난민과 사람들의 산기슭에다 판자집을 짓고 살면서 부산이라는 도시가 만들어진 까닭에
부산의 주거지는 산동네가 가장 비중이 큰 상징적인 주거지가 된 것이다.
나도 초등학교 3학년때 부산으로 이사 와서 범냇골 로터리 근처 평지에 살다가 이런저런 가정적인 사유로
어머니와 단 둘이 교통부 산동네로 이사와 살게 되었었다.
하여 어린시절부터 산동네에서 학교로 오고 가고 친구들과 놀던 골목골목들이 너무도 강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특히 급수가 되는 날에는 어머니와 알미늄 양동이을 양손을 들고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서 있다가 물을 받아서
어머니는 큰 양동이를 머리에 이고 나는 작은 양동이를 양손에 들고 물을 길어다가
집의 부엌에 있는 장독에다 부어서 장독에 물이 가득 차면 좋아했던 때가 있었다.
학교 갔다가 학교 근처 서면 동천가 개울 옆에 있던 작은 시립도서관에 오후 늦도록 책을 읽다가
(집에 오면 책을 사 볼 돈이 없을 정도로 가난해서 교과서 이외는 읽을 책이 없었다)
시장끼가 심한 상태로 해 질무렵 산복도로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집고 오르고 있으면
골목골목, 집 집마다 가장 싼 꽁치나 고등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여
허기진 배를 더욱더 고프게 했으나 그 골목골목에 느끼는 사람 사는 냄새는 좋았다.
모든 골목길이 다 그러하듯, 부산의 산동네 골목길은 사람의 몸안에 흐르는 핏줄과 같다,
피를 이동시키는 큰 대동맥부터 실핏줄까지 사람이 생존하게 하는 역할은 너무도 똑같다.
특히 가는 핏줄과 실핏줄이 엃혀있는 산동네 마을은 더욱더 그러하다.
사람이 사는 곳에는 세계 어느 도시이든 길은 다 연결되어 있다.
나는 낯선 곳을 여행할 때는 이 길을 따라 갔다가 헛걸음하고 되돌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이 사는 곳에는 길은 늘 열려 있었다.
그런데 이 산동네에는 한참이나 올라갔다가 되돌아 나와야 되는 길도 이따금씩은 있다.
또는 숨가쁘도록 가파른 오르막길도 있고 도무지 올라갈 자신이 없는 길도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사람이 사는 길이고 그 길 걷는 순간들 또 다른 추억이 된다.
골목길은 인간의 핏줄과 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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