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부산시립미술관 가는 날에 본문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세월이 가면서 조금씩 죽어가는 과정을 겪는다.
다만 나는 한달에 한번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보다
조금 더 빠르게 뛰는 심장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어쩌면 더 빠를 수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인간 개개인마다 주어진 운명에 따라 정해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 인식하고 남아있는 삶의 시간이 얼마나 될 지 알 수는 없지만,
내게 주어진 그 삶의 시간 안에서 나를 위해
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기며, 알고 싶어한다.
일을 하는 것이나, 음악을 듣는 것이나, 영화를 보는 것이나,
책을 읽는 것이나, 여행을 하는 것이나, 음식을 즐기는 것이나,
사랑을 하는 것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병원에 들러 환자가 되었다가 돌아오는 날에는 미술관이 좋다.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들 속에서 늘 새로운 세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동안 살면서 나의 뇌리 속에 각인되어 고착된 사실들과 상상력과 지식이
호수에 담긴 침잠된 잔잔한 물과 같다면
미술관에 들러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만든 상상력과 아름다움을 보게 되면
나의 뇌리속에 머물던 사고의 물들이 파도를 치거나 흐르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배우고 느끼고 즐기는 것이
나의 삶에 대한 의무라는 생각을 한다.
영원한 삶을 꿈꾸던 진시황도 49세에 세상을 떴는데
그 보다 더 오랜 산 나는
나의 심장이 다른사람보다 더 빠르게 뛴다고 하여 억울하거나 서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살면서 나 스스로가 나를 혹사시키기도 했지만
꾸준히 스스로에게 행복만들기를 시도하고 있으니....
........................2008년에 쓴 <미술관으로 가는 남자>중에서
11월 10일 화요일...부산시립미술관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벡스코역에 내렸다.
미술관으로 들어가기 전에 미리 이른 점심식사를 하기 위하여 우2동 종합시장 근처에 있는 <금강국밥>으로 갔다.
11시 20분,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근처 우동천 옆 산책로를 거닐고 햇빛 드는 벤치에 앉아서 푸른 가을 하늘을 본다.
1999년 해운대 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있다가 퇴원하여 마리나타운 썬프라자에서 건축설계회사를 운영할 때,
유독 돼지국밥이 많이 당겨서 같이 사무실을 운영하던 친구와 자주 점심식사를 하러 오던 곳...
된장맛 국물에 질 좋은 고기로 맛이 좋았던 <금강돼지국밥>이 먹고 싶어서 오랜만에 찾아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부산시립 미술관으로 걸어 가던 중, 하늘에는곡예 비행이 펼쳐지고 있었다...
맑고 푸른 하늘이 아름답던 가을 날이었다.
부산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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