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잔인한 4월에 관하여 본문
아침에 병상에서 눈을 뜨니 춥고 음산하다.
일어나서 창 밖을 보니 짙은 차가움이 어두운 하늘에 가득하다.
4월 중순인데 황사와 어우러진 스산한 짙은 회색빛 하늘, 지구의 멸망이 온 것 같은 그런 풍경이다.
장송곡이 잔잔히 흐르면 어울릴 것 같은 그런 날씨.
어쩌면 이번 내 생애에서 만나는 마지막 4월일 수도 있는데, 계속 슬픈 날씨로 다가 온다.
참으로 잔인한 4월이다.
.... 내 나이 70이면 살 만큼 살았다 아이가
지인과 통화하다가 한 말이다.
4월 17일 백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퇴원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임시로 하는 퇴원 같은...
아내와 엄광로 산복도로에 위치한 육개장 맛집에서 버섯육개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택시타고 귀가하고
4월 18일에는 집에서 <뭉쳐야찬다>보면서 등심 스테이크를 구워서 점심식사를 즐기고
4월 19일에는 아내와 함께 지인을 만나서 서면 횟집에서 쫄깃한 광어회가 일품인 회정식으로 저녁식사.
4월 20일에는 아내와 빗속에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가 조방앞 낚지새우볶음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우산 한 개로 바쳐 들고 비 오는 동천을 낭만적으로 거닐고 대형 마트에 가서 쇼핑을 하기도 했다.
살아있는 날들, 그 하루하루를 최대한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었다.
집 창가 책상 앞 앉아서 우유를 듬뿍 넣은 따뜻한 카페라테를 마시며 비 오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날씨가 아무리 잔인하게 굴어도 내게 남은 시간들,
어쩌면 이번 내 생애에서 만나는 마지막 4월일 수도 있는 그 시간들을 그냥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참으로 음산하고 슬픈 잔인한 4월의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굴하지 않고 스스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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