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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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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일상과 외식

6월의 일상, 두 번째 코드 블루

SHADHA 2025. 6. 30. 09:00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나는 병상에 누워서 

창 밖의 어두운 하늘을 계속 바라보며 

작은 딸이 보내준 호두, 몇 알의 호두를 천천히 씹고 있었다.

 

나는 팔에 수액이 꽂히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것은 팔을 고정시켜서 나에게 남은 자유로움을 뺏고 있는 것 같아서 싫었다.

 

몸은 아파도 나는 여전히 자유롭고 싶다..... 6월 27일 새벽 백병원 병실에서

 

 

6월 3일 대통령 선거.  대통령 이재명
6월 4일 왼쪽 얼굴에 물집들이 생기더니 대상포진이 되었다

귀와 얼굴에 깨질 듯한 고통과 계속되는 두통이 반복되었다.


6월 5일 아내 생일에는 혼자 롯데백화점 지하층 베이커리 <겐츠>에 가서 아내 생일 케이크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서울의 작은 딸 또한 <투썸플레이스>케이크 쿠폰을 보내왔다.

대상포진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아내와 외식하지 않고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내의 생일을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 후의 나의 생일은 병실에 혼자 누워서 보내야 했다.

 

복수를 빼기 위해 미리 예약되었던 6월 9일 백병원에  입원을 하였으나 입원 3일째 되는 날,

우유를 마시고 토하는 현상과 강한 한기를 느껴서 진료를 받으니 알 수 없는 균이 들어와서  

잘못하면 위험한  패혈증이 될 지 모르다는 의료진의 판단으로 심장 중환자실로 병실을 옮기고,

항생제 투여를 시작했다.

그리고 복수를 빼는 작업과 위 염증을 치료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일주일간 입원하려고 했던 것이
6월 28일 백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약 3주가 소요되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2023년 4월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나온 이후 두 번째로 응급코드 코드블루를 경험했다.

체중이 75kg으로 입원하여 59kg로 16kg이 준 상태로 6월 28일 퇴원했다.

 

친구, 지인들과 큰 딸 가족, 서울의 작은 딸이 같이 걱정해주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퇴원하는 날, 아내는 저녁에 문어 숙회와 오겹살을 해주고 보양을 위하여 바다장어를 한 박스 주문해 주었다. 

 

병실 창가에 선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한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느꼈다.

 

아프지 않으면 좋을텐데 담당교수의 말대로 나의 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병으로 복수가 차면

계속 복수를 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좋은 약들이 개발되어도 아직은 현실적으로 그렇다.

 

심각한 비관에 빠졌던 나는 최근

일본영화 <벚꽃 같은 나의 연인>과
중국영화 <우리, 태양을 흔들자>를 보면서 

나의 병은 그래도 행복한 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6월은 

얼굴에 대상포진, 패혈증 위험, 위의 염증과 복수 빼는 일정으로 채워졌다.

 

건강해져야지....

창문에 붙은  비행기, 파리를 닮은 꽃 가루 뭉치가 계속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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