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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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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여정

순례자08 시금떨떨한 피자의 맛

SHADHA 2004. 1. 30. 17:48


순례자




시금떨떨한 피자의 맛

08/12





베니스 기차역 부근의 노점에서
피자를 구워 팔고 있었습니다.
대여섯 명의 서양 청년들이
크고 두툼한 피자 하나씩을 손에 들고
길가에 서서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습니다.

나는 직장 동료와 함께 갔었는데
그때가 저녁 무렵이어서 무언가를 먹어야 할 타이밍이었지요.

우리는 값이 싼 그 피자를
시험적으로 한 개만 사서 둘이 나누어 먹기로 하였습니다.

세상에..  그런 음식이 다 있다니!
뻑뻑하고 시금떨떨하여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습니다.
맛이 없기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경지였습니다.

그래서 내가 엄숙하게 한 마디 하였지요.

"이태리가 피자의 본 고장이라고 하지만
이 나라에서 만든 피자가 다 맛이 있는 건 아니다."

베니스를 생각하면 지금도
그때 우리가 먹으려다 실패했던 피자의 맛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맛의 추억으로 인하여
베니스가 나에게 더욱 잊을 수 없는 곳이 되어 있습니다.

여행은 이런 작은 "실패의 체험"들이 간간이 섞여있을 때에
더욱 인상적이고 재미있어지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