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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자욱한 운무로 가려진 해운대 본문
자욱한 운무로 가려진 해운대
여름 장마가 시작되는 해운대에서
장마가 시작된 초여름날,
바다 저편으로부터 짙은 구름과 함께 물안개가 밀려와서
달맞이 언덕을 감춰버리고
해변에 늘어선 건축물들과 주변 풍경들을 가려버리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나와 해운대 바닷가의 동쪽끝에 자리잡은 미포해안으로 가는
동해남부선 건널목을 건널 때부터 바닷냄새가 진동을 했다.
지난 밤 불어오던 바람과 비때문에 미역등 해산물들이 파도에 휩쓸려
미포해변으로 넘어왔기에 더욱 더 바닷냄새가 심했다.
그래서 아직 바람은 바다쪽에서 불어오고
그 바람따라 운무가 따라와서 해운대를 덮어갔다.
두달전부터 시작한 금연과 심장약 끊기.
금연은 지독한 금단현상을 넘기면서 아직 성공하고 있었으나
한약으로 대체된 심장약 끊기는 지독한 고통과 함께 명혈현상이 다양하게 나타나서
견디지를 못하고 다니던 병원으로 와서 진찰을 받았다.
예상치 못하게 많이 오른 혈압때문에 혹시 당뇨가 합병증으로 오지 않았나하여
혈당검사를 하였으나 당연히 정상이였다.
다만 몸안에 도는 혈액들이 너무 힘차게 돌아서 감당치 못하게 할 뿐이였다.
병원에 오는 날이면 해운대 바다를 산책하는 것이 이젠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과 구름, 안개가 가득한 해운대의 하늘속에 푸른빛이 담겨있다.
그것은 풍경의 신비함을 느끼게 하였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해운대 바닷가를 동쪽끝에서 서쪽끝까지 가로지르고
동백섬 건너 마리나 타운을 가로 질러서 요트경기장을 거닐다가
벡스코로 향하던 장마철 중 모처럼 비내리지 않던 날의 산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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