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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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천에서의 겨울산책
동래겨울산책 6
교대앞에서 부산대학역까지
행복했던 나날들을,
나는 기억한다.
저 싸늘하고 안개 짙던 파리처럼,
역사처럼,
무슨 일 앞에서도 우리가 스스로 강하다고
느끼던 시절처럼,
희망과 사랑처럼,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환상처럼,
그 행복했던 나날들은 아득하기만 하다.
....................
귀환의 다리를 너무나 오랫동안 지켜본 나머지,
이제는 강기슭도,
물도,
하늘도,
누가 누구인지도,
강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우리가 아직 살아있는지 어떤지,
아니면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는지
어떤지도 더 이상 분간이 되지 않았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우리는 구제불능의 몽상가였으며,
그 어떤 곳도 지키지 못하는 늙은 초병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는지
한 번도 제대로 알았던 적이 없었고,
그것은 명백히 우리의 잘못이었다.
내 마음과 내 영혼으로 기다리던 일을,
나는 기억한다.
...올리비에 롤랭 <수단항구>중에서...
오래전에 그녀가 읽고 독후감을 쓰라며 내게 건네주었던 <수단항구>를 다시 읽었다.
그때가 2002년이었으니까 그 살로메가 내 곁을 떠난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어 버렸고,
온천장에 사무실이 있던 힘들었던 시절 2006년에 시간나는대로 산책을 나오던 온천천이었는데,
그 마음, 그 느낌은 마치 어제같은데, 세월은 그리 정처없이 흘러서 나의 허해진 마음만 남았다.
하늘이 아주 푸르던 겨울날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추억이 가득담긴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작년 봄, 큰 딸아이의 결혼식을 앞두고 여러가지 고민이 많던 아내와 기분전환하기 위해
동래로 와서 동래파전을 먹고 mp3 이어폰을 하나씩 나누어 끼고 같이 걸으며 음악을 듣던 곳.
여러가지 기억과 추억이 남아있는 곳, 온천천이다.
아주 차가운 바람에 꽁꽁 얼어버린 몸과 마음을 뜨거운 육개장 한그릇으로 녹였다.
그리 온천천을 거닐면서 또 지나가는 세월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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