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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부산 그 해 가을의 밤 본문

靑魚回鄕(부산)

부산 그 해 가을의 밤

SHADHA 2014. 11. 7. 20:13

 

 

부산 그 해 가을

부산에서의 50년

 

 

내가 부산에 와서 살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하는 것은 1965년 경일 것이다.

영도다리와 나의 인연은

국민학교 3학년(초등학교)쯤에 영도다리를 지나는 전차를 보면서 시작되었다.

그 기억은 아주 아련하게, 그러면서도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는 것 같다.

낡은 전차 종이티켓, 그것은 50년전의 기억이다.

그리고 40년전 쯤에는 친구들과 영도 전차종점 근처 다방에 앉아 그 해 1년전인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

크리스마스 파티 그룹 미팅으로 만났던 영도의 여고를 갓 졸업한 소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 불빛이 비치는 남항동의 밤거리 창 밖을 바라다보며....

30년 전에는 결혼을 하여서, 지금 영도에 살고 있는 큰 딸을 낳았고,

일주일에 한번은 어린 손자, 손녀와 광복 롯데백화점에서 만나 같이 시간을 보내고 또 영도다리를 건넌다. 

20년 전에는 건축사가 된 이후, 사업을 확장하면서 자주 시청에 와서 업무를 보고, 챠드 브리핑도 하고 나서 

당시 시청 뒷편에 늘어서 있던 곰장어구이 집에서 식사를 하곤 했었다.

그리고 10년 전, 다음에서 1999년에 <땅의 회상>칼럼으로 시작하여 블로그로 넘어오던 해인  2004년.

 

겨울날의 오후
뜬금없이 자갈치 시장 선창가로 들어섰다.

영도섬으로 가는 통통배 선착장앞.
옛날에는
연인들의 추억 만들기로,
자갈치 시장 아줌마들의 생계 이동 수단으로
활기차게 붐비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인적도 없이 텅 비어버린 선착장에
외줄 낚시 늘어뜨린 서글픈 강태공만이 섰다.
그 강태공을 바라다 보고 앉은,
그래서
겨울 오후 햇살의 남은 빛을 받으며
바다를 향해 앉아있는 남자들의 등짝이 슬퍼 보인다.

오래전 추억만 담고 사라져 가는
통통배의 신세를 거기서 느낀다.

이제는
바다를 바라다 보며
추억과 낭만으로 먹던 선창가
꼼장이 숯불구이 집들이 사라졌다...

세월이 가면 변해가고 사라지는 것.
그것을 그리워 하는 것이 추억인 모양이다..

자갈치 시장도
그때 그 시절의
낭만은 끝이 나는 것 같이 느껴진다

.......2004.2.18 shadha<땅의 회상>에서

 

그리고 다시 10년 후,

10월 자갈치 축제장을 빠져 나온 후,

이제는 아내라기보다 친구가 되어 버린 아내를 만나기 위해 영도다리 아래 선창가에 섰다.

부산에서 살아온 50년...영도다리에서의 추억을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