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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2021년 에필로그 본문

告白과 回想

2021년 에필로그

SHADHA 2021. 12. 31. 09:00

나는
언젠가부터 지속적으로 잔스카르를 꿈꾸고 있었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스스로가 세운 소망을 이루고 난 후,
모든 것을 훌훌 다 털어 버리고 떠나서
세계의 모든 땅들을 다 돌고 돌아서
내가 살았던 모든 세상을 충분히 다 기억하게 한 후,
마지막으로 와서 머물고 싶은 땅.
잔스카르.

히말라야 산맥 속 광활하게 펼쳐진 초록 평원이 내려다 보이는
잔스카르강변의 잔스카르 산맥 기슭에
척박하지만 순수한 자연과 잘 어울리는 하얀 벽의 작은집을 짓고
9개월간의 긴 하얀 겨울을 준비하고 싶다.

보고싶은 책들을 창문 가까운 벽에다 쌓아두고,
파란색과 초록색과 하얀색 유화물감을 준비하여 두고,
라흐마니코프나 쇼팽과 그리그의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고,
나무장작으로 불을 지피는 난로 옆,
햇볕 드는 창가에 편한 안락의자 하나 놓아두면 좋겠다.

맑고 상큼한 향이 나는 담배를 챙겨놓고,
그윽한 향이 도는 차와 커피도 마련해 놓고,
이윽고 긴 겨울이 시작되면
하얀 추위와 하얀 눈으로
이 세상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된 잔스카르 하얀 벽의 작은 집에 머물며
매서운 눈보라속에서
그동안 세상을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했던
많은 고뇌와 업을 털어내며, 살아온 이야기를 적어서 남기고
그동안 돌아 보았던 이 세상 모든 풍경들을 정리하며
평온한 마음으로 9개월간의 긴 겨울잠에 빠지고 싶다.
히말라야의 깊은 계곡들을 타고 내려온 잔스카르 강물에
나비들이 날며 춤 출 때까지...

그리고는
애초부터 아무것도 아닌 듯, 없는 듯,
조촐하게 또는 평온하게
자연으로 돌아가길 꿈꾼다.

그래서 잔스카르를 꿈꾼다...............2021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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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한 2021년이 끝이 났다.

코로나 19 속에 건강 조심하며 나와 아내, 두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 손녀들이 무탈하게 화목하고 행복하게 1년 동안 잘 살았다.

1월과 7월에 치매로 오랫동안 요양병원에 계시던 장인, 장모님이 안타깝게 영면하셨다. 

 

2021년, 나는 변함없이 건설회사의 비상주 직원으로 존재했고, 아내도 열심히 직장생활을 계속하였다.

코로나가 계속되는 중에서도 매주 금요일에는 가까운 지인들과 저녁식사 모임을 하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우의를 다졌고,

토, 일요일에는 아내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장소를 찾아서 꾸준히 등산, 산책, 여행을 하였다.

가진 것도, 모아놓은 재산도 없는, 비록 가난해 보이는 삶을 살지만 충분히 행복하게 살려고 최선을 다했다.

가난해진 아빠,엄마에게 중산층 이상의 삶을 살 수 있게 해 준 두 딸과 사위에게 고마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특히, 작은 딸은 틈나는대로 부산으로 내려와서 2월에는 통영 여행, 5월에 밀양 여행,  6월에 여수, 남해여행을 기획 주도하여서

큰 딸 가족 포함한 모든 가족들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게 해 주었다.

그리고 9월 추석에는 아내와 나를 서울로 올라오게 하여서 가고 싶었던 강화도와 남이섬 여행을 기획하여 같이 여행해 주었다.

변함없이 착하고 고마운 아내와 효녀인 두 딸과 세상을 사는 나는 분명 아주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모든 것에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2022년에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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