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코드블루 본문
... 10층 102호실에 코드블루 발생!
(코드블루: 심정지 환자 발생)
나는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되는 가운데 침상에 누워서 600 각 LED 천장등을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두 손은 장갑을 낀 상태로 침대에 묶여있었고 목에는 관이 꼽혀 있었다.
무엇이 현실인지 꿈인지 알 수 없는 몽롱한 상태에서도 중환자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간헐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나의 옆 병상의 할아버지가 밤새 고통의 신음소리를 내다가 누군가의 가벼운 울음소리와 함께 병실에서 나가고 돌아오지
앉았다.
나는 죽음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생각을 그 순간에도 했었던 것 같았다.
3월 12일 일요일 저녁, 아내와 집에서 오리백숙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난 후, 몸이 심각하게 이상하다고 느끼고 아내와
옷을 입고 아파트 앞 경찰 지구대로 가서 119 신청을 했고, 앰뷸런스에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눕자마자 어디론가로 가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를 따라 의식을 잃어가기 시작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백병원 응급실로 갔다가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고 했다.
지난 2월 백병원에 1주일 입원했다가 서둘러 퇴원한 이후, 몸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은 징후를 나타내고 있다가
1달 보름 만에 다시 백병원으로 실려 간 것이었다.
중환자실에서 2주간 머물며 드라마 같은 몽환에 빠졌다가 어느날, 나를 지극히 열심히 보살펴 주던 여자 간호사가 물었다.
...아버님, 어머니와 멋진 식당가서 저녁식사 하실래요 ?
...그래주면 고맙지.
그리고는 나의 병상이 움직이며 어디론가로 이동하여 갔고, 거기에는 아내가 서 있었고 밝은 미소로 반겨주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아내의 손길이 너무도 따스하게 느껴졌다. 무의식에서 의식상태로 돌아왔다.
준중환자실, 산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병상이 놓였다.
아침에 눈을 뜨니 그 산은 아내와 자주 트레킹을 하러 가던 엄광산이었다.
아내가 곁에 있으니 그 보다 더 행복하고 좋은 일은 없었다.
며칠 후, 엄광산엔, 벚꽃들이 아름답게 피기 시작하였다. 엄광산을 볼 수 있는 창가 병상이어서 다소 행복하였다.
부정맥 때문에 심장박동기를 가슴에 심었고, 심혈관 스탠드 2개를 시술하며 2주간을 더 준중환자실에 머물렀다.
병상에 누워서 생활하는 생활은 악몽같았다, 한동안은 병상에서 대소변을 해결하여야 했고, 잠들려고 하면
치료를 위해 수시로 잠을 깨우는 간호사들,
그렇게 맛없는 음식을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 없을 정도로 맛없는 병원 식사.
어느날인가 잠들었다가 눈을 뜨니 창 밖 엄광산에 완벽한 보름달이 걸려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입원한 1달 동안, 몸 무게가 9kg 빠졌다.
4월 15일, 토요일, 오전
새벽에 출발하여 서울에서 차를 몰고 내려온 작은 딸과 아내와 함께 1달간의 병원을 끝내고 퇴원하였다.
............. 7층 101호실에 코드블루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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