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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현불사 본문

풍경소리 (山寺)

태백산 현불사

SHADHA 2004. 1. 24. 20:36




shadha 겨울 여행
2003



태 백 산 맥







노루골을 지나

1130m 비룔산 골짜기를 따라

태백산으로 든다.


새벽 6시의 세상은 하얗다.

하얀 것은 無이고

그 無속에는 무한함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하얀 것이 좋아서

태백산맥으로 왔다..


태백산맥을 오르면 오를수록

까만 도로가 하얗게 변해간다,

이윽고

오르막길에 하얀눈밖에 없다.

더 오를 수가 없어

고개마루 중턱 문닫힌 작은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눈, 쌓여 있는 눈속을 걸어가

커피한잔을 하얀 종이컵에 뽑아들고 서니

하얀세상속에 나마저 하얗게 질려간다.


고립.

아무도 없이 홀로 고립 당하였으나

외롭지 않다.

많은 사람들속에 있을 때 보다 더 외롭지 않다.

하얗게 질린 평온속에.


그 새벽에 재설장비를 단 차를 만나

내 차를 버려두고 그 차에 올라

태백산 고개를 넘었다.

그 고개를 넘어서도 다시 깊숙히 들어가서 만나는 山寺.

길따라 든 개울에도 하얀 눈이 쌓여있고

아침 공양을 준비하는 굴뚝에 연기가 오른다.


승려의 손길따라

세번 범종을 치고 다시 산으로 걸어 오른다.

마음을 털어내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산책하며

순결한 밤을 지난 풍경들을 만난다.


온 몸에 내린 눈을 맞아

눈사람이 되고

얼굴과 손발이 하얗게 차가워져도

행복하다.

숲과 하늘과 땅이 하얗고

내가 하얗다.


산을 내려와

따뜻한 된장국 한그릇과

이런 저런 산나물을 고추장에 뜨거운 밥과 함께 비벼

싸늘해진 몸안으로 넣으니

아!

평온하다.

이리 살면 될 것을,

왜 그리 바둥대며 살아야 하는지...


無가 좋다.

無가 좋기는 하나

마음 먹은대로 그 無를 가질 수도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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