釜 山 2003
雨 月
미안해.....
무엇이 그리도 미안한지,
그 이름만 떠올리면
미안하다.
미안해....
무엇이 그리도 미안한지,
내 안에 나를 만나면
미안하다.
미안해....
무엇이 그리도 미안한지,
비 오는 계절에
어느 길모퉁이에서 조용히 마주친
나의 삶에게 미안하다.
나로하여
유난히도 굴곡이 많은 삶을
살게하여 미안해......
나의 몸 안에 있는 수분들이
그 바깥의 수분들과 만나
온 몸을 수분 속에 잠기게 만들고
이윽고 그 물 속에 아주 깊이 빠뜨려 버렸다.
....귀찮은 전화라고 생각했지 ?
....아뇨...제가 가장 기다리던 행복한 전화인걸요...
따스한 물로 몸을 씻고
비누香이 은은하게 배여 나오는 마른 수건으로
몸을 닦고,
뽀송하게 마른 하얀 침대보위에 누웠다.
투명한 유리잔에 주홍빛으로 선명한
얼음 띄운 홍차한잔 마시고
쇼팽의 발라드 제 1번 G단조를 들을 때
향기로운 라벤다香이 코끝에 와 머문다.
눈을 감고 그 포근함을 만지며 느낄 때,
온 몸을 뒤덮고 있던 수분들이
죄다 증발되어 빠져나가 버린다.
입술에서부터 타들어간 수분들이 고갈되자,
이내 몸마저 하늘로 오르기 시작했다.
...아! 편안하다.
입가에 미소 가득 지으며
천천히 눈을 뜨니
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비 오는 날 백사장.
그 바다 속에 빠져 있었다.
雨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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