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겨울여행 2003
날좀보소 날좀보소 날좀보소
밀양 영남루
날좀보소 날좀보소 날좀보소 동지섣달 꽃본 듯이 날좀보소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정든님 오셨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
아실아실 춥거들랑 내 품에 들고 비개춤이 놀거들랑 내 팔을 비게
옥양목 겹저고리 연분홍 치마 열두번 죽어도 난 못 놓겠네 물명주 단속곳 널러야 좋고 홍당목 치마는 붉어야 좋다
남의 집 서방님은 가마를 타는데 우리 집 저 문뎅이는 밭고랑만 탄다 시어머니 죽고 나니 방 널러 좋고 보리방아 물붜농께로 생각이난다 산천에 요물은 머루나 다래 인간의 요물은 너와 나로구나
영남루 명승을 찾아가니 아랑의 애화가 전해오네
저 건너 대숲은 의연한데 아랑의 서른 넋은 애달프다
송림 속에 우는 새 처량도하다 아랑의 원혼을 네 설워하느냐
남천강 구비처서 영남루를 감돌고 벽공에 걸린 달은 아랑각을 비추네 영남루 비친 달빛 교교한데 남천강 말 없이 흘러만 가네 밀양아 영남루 경치가 좋아 팔도야 한량이 다 모여 든다 송운대사 비각을 구경하고 경치 좋은 표충사 들러나 볼까
.....밀양 아리랑......
날 좀 보소...
떠나가는 가을이 그저 못내 아쉬워
겨울의 문턱인 11월의 마지막 토요일날
나는 속절없이 열차를 타고 밀양으로 떠났소.
그렇게 나를 힘들게 하던 가을이 그래도 정이 들었는지...
무얼할까 ? 어디로 갈까 하다
토요일엔 기차로 마지막 가을을 따라가는 것이
그래도 낭만적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소.
그렇게 떠났소.
배정된 좌석에 앉아 기차가 떠나길 기다릴 때
입석으로 타신 할머니 한 분과 눈이 마주치게 되어
그 할머니께 자리를 내어드리고
간이 식당칸으로 가서 창가에 붙은 작은 티테이블 하나를 차지했소.
커피한잔 시켜놓고 창밖으로 다가오는 겨울 풍경 바라볼 때,
우연히 동행하게 된 初老의 신사분.
혼자 커피마시기가 민망스러워 커피 한잔 대접해 드리니,
세상사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시어 지금 우리의 현실을 말하시는데.
하시는 말씀, 말씀이 요즘 현실에 버림받은 나의 가슴에 와 닿아
귀를 열고 경청하며 눈은 속눈물 머금고 낙동강을 바라다 보메.
그렇게 때 맞추어 동행하여 그나마 외롭지 않게 해 주신분이 계시니
금새 밀양역이 다가왔소.
짧은 인연도 인연이어서 인사를 드리고 내리려는데...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내 명함 하나 받아가소...
서둘러 두손으로 명함을 받아쥐니
...나도 명함하나 주소,..
명함을 건네 드리고 열차에서 내려 밀양역 플래트홈을 걸으며
받아든 명함을 읽어보니,
...학교법인 o 학원이사장, o한문대학 교육원장, 漢詩 연구회 교수...
인연이란 또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었소.
하늘에 옅은 회색구름속으로 파란 하늘이 보일락 말락하여.
그 구름이 서둘러 지나가고 푸른하늘이 나왔으면 좋겠는데...하는
바램담고 하늘을 보며 걷고 걸으니
우선 배부터 고파와서
밀양시장을 천천히 거닐어 시장통안에 있는 작고 낡은 식당에 들어
할머니가 푸짐하게 말아주시는 국밥 한그릇,
부드럽고 쫄깃한 육질과 속이 확 풀어지는 따뜻한 국물.
꽤나 오래전에 밀양이 고향인 친구따라 이곳 밀양으로 와서
버스가 이따금씩 지나가는 신작로 장터 한모퉁이 길가에
긴 나무의자 걸터앉아 먹었던 그 국밥.
오랜 추억같은 그 국밥의 추억을 못잊어서
밀양을 지날 때면 늘 그 할머니 국밥집을 찾았었소.
그래서 오늘도 그곳으로 찾아와 훈훈한 정까지 담아 주는
국밥 한그릇을 비우고 나니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소
배도 부르고 따뜻한 종이컵 커피 한잔 마시며
아무 할 일도 없는 사람처럼 어슬렁 어슬렁 시장길을 걸으니
이따금씩 빠져나온 햇살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기까지 하여
이 세상 그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는 듯 하였소.
이렇듯 작은 것에서부터라도 마음의 여유만 찾는다면
그리 행복한 것을....
날 좀 보소.
사연이 유난히도 많은 사람이
사연 많은 영남루에 올라 밀양부사가 되어 남천강을 바라보고 ,
아직 붉은 단풍이 남아있는 박시춘 선생의 생가를 돌 때
잔잔히 흐르는 우리의 옛가요
강으로 향하는 대나무 숲길목에 숨은 아랑각에서
한 많은 아랑을 만나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강물따라 거닐다
하교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정겨운 밀양교를 건너
강 건너에서 바라보는 영남루는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고
강가에 넓게 자리잡은 잔디공원과 송림유원지를 산책할 때
어디선가 흘러드는 옛가요 <황성 옛터>
애절한 가락속에서도 한없는 평온을 느꼈소.
일주일에도 기차로 두세번 오르내리며 지나는 경부선 철로
그 철도 아래로 하여 강가의 작은 민물고기 횟촌을 지나
강변을 따라 가파르게 오르는 용두산 자연 휴양림으로 들었소.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은 행복하자...
그게 삶이다.....
남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산정에서 커피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점점 가까이 비를 몰고 오고 있는 검은구름을 뒤에다 두고
오랜 전통을 지닌 밀양 도자기 공장곁을 따라 밀양역으로 향하였소
가을이 떠나가는 주말,
난 그렇게 4 시간동안 밀양에 머물렀었소....
아무일도 할 것이 없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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