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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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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운명

오정순09 가을의 감성

SHADHA 2004. 1. 27. 12:38


오 정 순




가을의 감성

11/05






젖은 골목길을 오르다 만난 감나무 한 그루

언제 잎이 돋을까 기다리던 봄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감잎이 물들었습니다.

"감나무도 고단하구나"하고 멈추어 서서보는데 입술이 트듯 그들도 검은 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빗물에 더욱 영롱해지는 아픔

그대곁에 그래도 감이 있지 않습니까


나는 비에 젖어 진하게 발색하는 감잎을 보며 수험생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아직은 나무에 달린 감인데 딸 때까지 버티다가  어머니 손에 떨어져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빗속에서 파리가 젖고
빗속에서 한국의 어머니 가슴이 젖고
빗속에서 지난 날로부터 자유로워진 내 기억이 젖고
빗속에서 멀어진 인연의 생각이 젖고

빗속을 지나온 나는 집에 돌아와 가슴을 쓸어보니  감잎처럼 물이 들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