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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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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의 운명

오정순42 가슴을 닫고 어찌 살까

SHADHA 2004. 1. 2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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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정 순




가슴을 닫고 어찌 살까

02/28





 
가슴을 닫고 어찌 살까

나는 말하고 싶다.

가슴에 고인 물감을 푸고싶다.

언어로 붓질을 하고 싶다.

윤색하지 않은 언어로...

조금 전에 일본에서 돌아왔다.

땅의 회상에 실린 아소산의 느낌이 어찌

나 평화롭던지 나는 그곳에 서고 싶었

다.마치 한시름 살고 언덕을 넘어온

제법 욕심을 버린듯한 풍경을 보며 그 곳에 가고 싶었다.

그 곳을 호흡하고 싶었다.

산허리 지나는 바람을 껴안고 싶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 바람의 향을 음미하고 싶었다.

아무 것도 가로 걸리지 않은 풍경 속에

내가 서고 싶었다.

그런데, 가서 섰다.

녹빛이 아니어도 좋았다.

우거진 삼나무 숲도 좋고

연한 녹색의 대나무 숲도 좋았지만

밋밋한 등성이의 눈물받아 고인듯한 분지의

넓은 물웅덩이도 사랑하다 패인 가슴같아 마냥 넉넉했다.

페루의 마추피추 가기 전,

꾸스코의 마지막 항쟁터에서도 나는 그런 느낌을 받

았다..

풍경의 공통점이란 아주 낮은 키의 초지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가로걸리는 것 없는 풍경

그건 50대의 평온함이다.

하늘과 더욱 가까워진듯  좋았다.

두 손의 엄지와 검지를 직각으로 세워 사각틀을 만들어

풍경을 바라보다 미소짓고 말았다.

올라와서 무얼 욕심내나.

억세게 운좋은 사람들과 함께 가서 우리는 산 초입에서

내려오지 않아도 되었다.

아직도 연기를 뿜는 그 곳에서

유황가스에 기침을 하면서도 나는 좋다고 자꾸 말했다.

아름답고 낯선 풍경에는 설렘이 들어있다.

새로운 꿈이 담겨있다.

무한 호기심이 살맛을 낸다.

아소산.

나는  다시 가고 싶다.

그 때는 혼자 가리라.

같이 웃어줄 사람 없어도 좋다.

갓 돋아나는 이국의 풀잎과 이야기 할 수 있다.

아이가 장난하다 날려보낸듯한 화장지 조각같은 구름이랑

이야기 할 수 있다.

맑은 눈을 가진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물의 일렁임과

대화할 수 있다.

오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를 귀담아 들으며

그들의 속살거림을 도둑질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다.

일본으로 수학여행가셨다는 80 고령의 허리곧은 아버지와의

여행이었기에 나의 환호성은 침묵 속에 가두었다.

지난 풍경을 노래해서 미안하나, 땅의 회상을 보았기에

더욱 풍경속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기에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