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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오정순41 저 푸른 문 본문

줄의 운명

오정순41 저 푸른 문

SHADHA 2004. 1. 29. 22:03


오 정 순




저 푸른 문  

02/18




 


땅 일본 저푸른 문

저 푸른 문을 걸어 나와 맨 먼저 무엇을 생각할거나.
저 하얀 파라솔 아래서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할거나.

말이 젖어 종이장처럼 쳐지는 밤
내 가슴을 번쩍 들어올리고 싶은데...

어느 귀퉁이에 네델란드 냄새도 나고
삿보로의 눈축제 냄새도 풍기고
무섭게 생긴 까마귀도 나르고
비르라는 간판이 맥주가 아니라 빌딩을 말한다는 바람에 입을 다물어버린 기억도 살아나고...
공원을 수놓듯 다듬는 인부의 손끝도 만나고 싶고
눈을 모자처럼 덮고 겨울을 나던 빨간 나나강아또 열매도 보고싶고....

그곳에서
나는 언제나 웃었다.
눈물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곳에서
나는 언제나 신났다.
길 떠나보지 않은 사람처럼

그곳에서
나는 언제나 맛있다고 말했다.
밥이 모자랐던 사람처럼

그곳에서
나는 언제나 잘 잤다.
특별한 것을 바라지 않으므로

한강너머 워커힐을 향해 달리는 차량처럼
추억이 달린다.
우연히 마주칠 지 모르는 인연 하나 거기에 있을 지 모른다.

누가 거기 있을까.
저 푸른문을 열고 나온 누군가가 거기 있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