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정 순
새벽에 즐기는 맛
11/01
이 공간에는 고요와 함께 와야 제 맛입니다. 번잡함을 털어내는 여행 맛을 간접적으로나마 즐길 수 있답니다. 음악이 멋을 얹어주면 나는 뜻을 세워 새 날을 설계합니다.
움직이지않는 빌딩과 펄럭이는 깃발은 언제나 도시 미관을 대비시키며 시각적 효과를 냅니다.
나도 오늘은 살랑대는 실크 스카프를 매고 생동감을 연출해보아야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내게 온 메일 하나 스카프처럼 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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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날카로운 무엇인가가 발바닥에 찔린다. 얼굴을 찡그리고 발바닥을 들여다본다. 피가 나진 않으나 밥알 하나가 존재의 부피를 있는대로 줄이고 방바닥에 투명하게 달라붙어 있다. 다른 밥알들 다 먹히고 씹힐 때 어찌하여 함께 끼지 못하고 떨어졌다가 거기 그렇게 날카롭게 앉아 있는지... 누군가의 발꿈치에서 으깨질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을 때는 '거룩한 성자'로 표현할 수 있겠으나, 수분이 다 증발하고 남의 살에 아픔을 주는 마른 밥알은 적어도 성자의 모습은 아니다. 으깨어져야 할 것이 으깨어지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끝을 확인한 날이다.
- 오정순 수필집 <줄의 운명>중에서 '마른 밥알 하나' 부분
주머니에 넣고 오가는 지하철에서 아하,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흔들리며 읽는 책 한 권
바닥난 쌀통에 시골에서 부쳐온 쌀을 부어놓고 난 뒤의 흐뭇함 같은,
10월의 마지막 날, 여느 날보다 삼십분쯤 일찍 나선 아침 길 낙엽 길을 천천히 걸을 여유가 있어 좋고 그 복잡하던 지하철도, 사람들도 여유가 있어서 좋습니다. 오늘 하루, 한결 넉넉해질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대도 넉넉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 섬진강 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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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때마다 행복한 곳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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