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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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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의 첼로

아스라58 Re:英國 정원의 아름다움

SHADHA 2004. 2. 8. 18:22


아 스 라



C03



Re:英國 정원의 아름다움

12/07
 






이 꽃 이름이 뭐였더라?
오롯이 피어 오른 이 꽃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달리아가 정원 가득 핀 나폴레옹의 아내
조세핀의 정원이 생각나는군요.
달리아가 도둑맞을까봐 전전 긍긍하면서
구근 하나도 남에게 주기 싫어했던
지독한 편향의 조세핀.
그래서 매일 그 수를 세어 밖으로의 유출을 막고
감시를 했던 조세핀.
조세핀의 꽃 달리아.

정원은 혼자의 가슴에 남아서 마지막 노을을
보게 해 주는 몽상의 안개지역과도 같습니다.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고요한 안뜰.
유독 보라색을 싫어하는 내게 여기 어우러진 세 가지 색이
서로를 받혀주는 유채색 공간이 참 좋군요.
서로 어우러져 비로소 제 빛을 드러내는 꽃.
흰 빛만을 편애하는 내겐 작고도 큰 충격으로 남습니다.



        새 / 김정미          


그 집에는 대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커다란 정원이 있다
정원과 맞붙은 베란다에는
한 뼘 간격의 가느다란 창살들이 쳐져 있고
공기 숲 나무 하늘 바람의 유혹을 막아줄
창문도 칸막이도 없다
창살 중앙의 고리에는 초록색을 칠한 작은 세상이 걸겨 있고
새장 안에는
갓 솟은 태양보다 맑은 손금빛의 노랑새가
자작나무로 만든 횃대에 올라앉아
여린 음성으로 지저귀며 눈망울을 반짝인다

숲에서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가을 참나무 소리보다 요란하다
여기서의 정적은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와
바람이 투명한 몸짓으로 하얀 파도를 일으키며
싱그런 풀잎을 반대편으로 쓸어 누일 때
견디다 못한 정원 귀퉁이 천리향이 바람을 쫓아
뛰쳐나가 아찔한 향기를 숲으로 풀어놓는 순간
가볍게 스쳐가는 하늘의 옷자락과
그들의 귀에만 들려오는 아득한 우주
지구 회전하는 소리
꽃들이 봉오리 틈 사이로 주름을 피며 화관을 만드는 소리
아침이 가라앉을 시각
정오의 우유빛 마취가 그 작은 두뇌 속에
차오르는 눈망울이 가라앉을 때
달려가던 바람이 하얀 풀잎을 세우며
돌아오는 그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