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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아스라57 새와 나무 / 류시화 본문

아스라의 첼로

아스라57 새와 나무 / 류시화

SHADHA 2004. 2. 8. 18:20


아 스 라



C03



새와 나무 / 류시화

12/04








여기 바람 한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


찔레빛 런던.

봄 눈을 열고
숲으로 들어 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한마리 애벌레가 되어
그 푸름 속으로 젖어 들수만 있다면야...

바라보면 두통이 다 사라질
것만 같이 풋풋한 풀내음이 나는군요.

낯선 곳이지만 은은히 그린 음악을 틀어 놓고  
이미 타계하신 청록파 시인들의 시를 읊어대고 싶을만치.

새소리 물소리 골짜기의 바람 소리가 날 것만 같은 곳.

녹차밭 이랑을 걸어가듯 머리카락도 녹색 안개에 젖어
연두색 모자를 쓰고 그 도시를 건너 가고 싶어집니다.

'언어가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면
숲은 그 언어를 깨우는 손가락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녹색향을 배달하기 위하여
나뭇잎 향기를 마이크로 캡슐에 넣어 파는 나라도 있다지요?

푸른 숲 잘 거닐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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