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스 라
새와 나무 / 류시화
12/04
여기 바람 한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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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빛
런던.
봄 눈을 열고 숲으로 들어 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한마리 애벌레가 되어 그 푸름 속으로 젖어
들수만 있다면야...
바라보면 두통이 다 사라질 것만 같이 풋풋한 풀내음이 나는군요.
낯선 곳이지만 은은히 그린
음악을 틀어 놓고 이미 타계하신 청록파 시인들의 시를 읊어대고 싶을만치.
새소리 물소리 골짜기의 바람 소리가 날
것만 같은 곳.
녹차밭 이랑을 걸어가듯 머리카락도 녹색 안개에 젖어 연두색 모자를 쓰고 그 도시를 건너 가고
싶어집니다.
'언어가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면 숲은 그 언어를 깨우는 손가락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녹색향을 배달하기 위하여 나뭇잎 향기를 마이크로 캡슐에 넣어 파는 나라도 있다지요?
푸른 숲 잘 거닐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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