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스 라
Re:늦가을의 釜山
11/27
느닷없이 닥치는 일몰을 찍었을 shadha님의 옆
모습이 생각나는군요. 가까이 밟아 본 땅이기에 그 바람과 그 물빛에 더 공명하는 것 같습니다.
뒤로 누운 숲터의 靜한
바람과 발치아래 젖는 淨한 물빛. 늦가을 투박한 장독대를 열면 거기 잘 익은 고추와 깻잎이 어머니의 손맛으로 익어
가고 있을테지요? 차거움 속의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오후 한 때 어깨를 적시는 바람은 또 얼마나
냉쾌하고요? 지독히도 많이 매어 달린 감. 청학동 올라가는 길의 가파른 계곡에 가지가 부러지도록 열린 그 감나무를
닮았습니다. 지금은 다 쥐어뜯긴 머리 형상의 억새 무더기도 일몰엔 저리도 찬연한 빛을 뿜는지요? 숲 속의 오두막에서 내다보면
가을의 넋을 다 빼앗고도 모자라 붉음보다 더 붉은 단풍. 소박한 느낌을 주던 송정 바닷가, 죽도에서 바라다 본 바닷 바람은
무지 차던데요?
shadha님 釜山의 가을 잘 보고 갑니다. 선물로 춘원 이광수의 '창파에는 명월이요, 청산에는
청풍이라'는 싯귀절을 두고 가오리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