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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그것은 어쩔수 없는 운명 본문

告白과 回想

그것은 어쩔수 없는 운명

SHADHA 2006. 5. 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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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어쩔수 없는 운명이라고...

shadha의 심경 고백







1.

어릴 적 기억이 새삼 떠 올랐다.
저녁 식사때가 되면
우리집에는 아버지의 친구들이 늘 몰려왔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고는 다들 떠나고
그 다음날 저녁이면 다시 돌아와 밥상에 앉아
즐겁게 식사를 하고는 또 떠나갔다.
어린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
훗날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
어머니가 신세 한탄을 하시며 그때 이야기를 해주셨다.
세상 모두가 가난하고 힘들던 시절
그나마 양복점을 운영하시던 아버지는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친구들을
매일 저녁 집으로 불러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한다.
당시, 우리집 형편도 그리 넉넉한 편이 되지 못하여
어머니의 불편과 고충이 이만 저만 아니였다고
어머니는 불만을 표현하셨고 아버지와 많이 다투셨다고 했다.
그리고는 또 다시 세월이 흘렀다.....







2.

나의 주변에는
IMF 이전에는 큰 건설회사를 운영하거나 사업을 하다가
IMF때 모든 것을 다 잃고 다시 재기를 하려는 분들,
아직도 그 당시의 직책으로
회장님, 사장님으로 불리우는 분들이 부지기수로 몰려있다.
국가정책이나 건설경기가 정상적이였다면
벌써 다 재기를 하고도 남았을 능력을 가지신 분들인데도
아직까지도 열심히 뛰고는 있지만 다 가난하다.
고생 고생하여 사업을 다 만들어 놓으면
꼭 정부에서 규제 법안을 만들어 무산시킨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나의 운때가 맞지 않은 것인지...
그 분들의 운때가 맞지 않은 것인지...
어쨋든 IMF때 넘어진 건축,건설계통의 분들이 재기하기에는
그 이후의 시국은 너무 최악의 상황만 전개되어 왔다.







3.

건축, 건설 계통에서 개발사업을 하려면
제일 먼저 사업부지의 기본 계획과 사업분석을 한
사업계획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사업계획서가 있어야만 투자자와 금융권과 시공사 선정에 따른
협의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조사와 주변분석, 분양성및 사업성검토,
기본계획과 기본 설계를 하여 책을 만드는 일.
요즘 내가 주로 하는 일이다.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비들이 소요된다.
그래서 서울같은 곳에서는 최하 2~3천만원 이상을 받고 작업해준다.
그런데 나는 거의 그냥 해준다.
그것도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국가 자격증을 소유한 공인의 신분으로
직접 브리핑과 협의 단계까지 같이 뛰어 준다.
전부 IMF때 같이 겪은 동병상련의 아픔으로 인한 인연때문이다.
나는 그 분들이 사업에 성공해서 다시 일어서는데
힘이 되어 주고 싶었기 때문에 헌신적으로 도우려 했다.

그러나 사업을 이루기에는 너무 힘든 때이다.....







4.

1998년 말
나는 나와 나의 아내 이름으로 된 모든 재산을 다 잃었었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일을 해서 3년이 지난 2001년말에
우리의 이름으로 된 고급 오피스텔을 장만하여
다시 시작하는 발판으로 삼아 새출발을 하였으나
매달 누적되는 적자 운영에 곶감 빼 먹듯이 대출을 받다보니,
작년말 그마저도 은행으로 넘어가 버렸다.
많은 경비를 들여가며 도와준 일들은 시간을 끌어가고
회사 운영비는 계속 들어가야 되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
우리의 이름으로 등기된 소유물이 은행으로 넘어 갔다고는 하지만
회사는 변함없이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하기야 어차피 죽으면 싸가지고 가는 것도 아닌데
앉아서 일 할 수만 있으면 되는거지..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다...

그러나 가족들과 직원들과 가까운 이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앞으로 만드는 사업계획서는 다 계약을 하고
기본적인 경비 몇백만원씩이라도 받고 하겠노라고 하였으나
실천이 잘 되지 않는다...
입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하여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도와 주었던 것들이
퇴색될까 하여 싫었고,
나 스스로가 지나치게 계산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 때문이였다.

옛말에 도와 주려면
주는 김에 홀딱 벗고 주라고 하지 않았던가....







4

지난 주 후반부터 이번주까지
또 3건의 프로젝트 사업계획서 작업 요청이 들어왔다.
그 3건 모두 요즘에 움직여진 그 어떤 프로젝트보다
사업성과 현실성이 뛰어난 것이여서
뒤돌아 볼 틈도 없이 현장답사하고 디자인하고
사업계획서 작성작업에 몰두 했다.
아내와 직원들이 꼭 돈을 받고 넘기라는 간청에도 불구하고
한건은 이틀전 웃으면서 기분좋게 넘겨주고
사월초파일이자 어린이날인 어제도
혼자 사무실에 나와 밤 늦도록 작업하여
비가 내리는 오늘,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며
또 한건의 프로젝트 계획서를 넘겨주고
토요일인 오늘도 오후까지 혼자 사무실에 남아
또 한건의 사업분석을 시작하였다.
나의 그런 행각에 주위 사람들이 염려와 함께 질책을 하나
배부른 사람에게 밥을 사는 것보다,
배고픈 사람에게 빵하나 건네는 것이 얼마나 더 보람있는 지를
나는 다 잃고 난 이후에 뼈저리게 배웠다.
가진 것 없이 재기를 위해 뛰는 그 분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였다.
나 자신이 고되고 아내에게 미안해도
기왕 그 분들을 돕기 시작한 거 끝까지 돕자...







5.

몇 해전 태백산에서 친견했던
설송 큰스님께서 내게 주셨던 3가지 인간이 가져야할 덕목.
인, 의, 예.
그 중에 의(義)
...남는 재물로 남을 돕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기술을 가난하고 힘든 이들에게
전수하고 도와주어 힘이 되어 주는 것.
그것이 곧 義이니라....

토요일 오후
혼자 커피 한잔과 함께 빈 공간에 머물면서
봄비 내리는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아버지와 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4월 김해 가락문화제 밤풍경(포토샵 작업)



Kiss The Rain - Yiruma

...音樂 < A gentle breezes >님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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