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추억따라 가는 기차여행 본문
추억따라 가는 기차여행
부전역에서 원동역까지
1.
기차가 달려온다.
청운의 꿈을 품고 경부선 열차로 상경했던
젊은 꿈들은 지금 무엇이 되어 있을까.
먼 기적 소리에
첫사랑 연인이 마지막 열차칸에서
홀연히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은 간이역이다.
...박해수의 驛 순례시집
<죽도록 그리우면 기차를 타라>중에서....
2.
크리스마스를 앞둔 그 해 겨울
마흔 여덟에 객지에서 고인이 되신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버림받고 배신당했던 어머니가 상경하며
어린 아들 손을 꼬옥 잡고
눈물고인 눈을 차창에 두고 낙동강을 바라볼 때
맞은 편 차창밖 풍경으로 지나치던 원동역.
내 기억속의 첫번째 간이역이
그 원동驛이다.
낙동강을 품에 안은 원동驛은
강가에 늘어선 매화와 벚꽃,
고운 갈대의 흔들림이 낙동강과 어우러져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 알려져 있고
영남알프스라는 배내골과 천태산
토곡산을 비롯한 등산코스와 관광지가 풍부하여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
아담하게 작은 驛이지만
늘 발길을 내려놓고 싶은 驛이다.
3.
또 하나의 추억.
군 입대를 앞두고 친구들과 모여 천태산 등산을 하던 날,
산에서 내려와 부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해 질 무렵 원동驛 앞에서 부산行 기차를 기다릴 때,
한 그룹의 아가씨들과 눈이 맞기 시작했고
친구들의 등에 떠밀린 나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동행할 것을 제의하고 흔쾌히 승락을 받아
모두가 일행이 되었으나 다들 좌석이 없는 입석이라서
꽤를 낸다고 낸 것이 객차 뒤에 붙어있던
빈 화물칸에 모두 올라탔다.
나와 함께 양쪽의 미팅을 이루워 냈던 여자쪽 대표는
나와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되었고
나머지 일행들은 화물칸 바닥에다 종이를 깔고 앉아
파트너 짝짓기를 위한 게임을 시작했다.
꼭지 !
영리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탓에 붙여진 그녀의 애칭이다.
이미 파트너가 된 그녀와 나는
열려진 화물칸의 문 앞에 나란히 앉아
붉게 노을지는 낙동강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인연으로 그녀는
입대전의 시간들과 군생활 시절,
제대 후에도 한동안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치고 배치된 부대로 가기 전,
하루동안의 부산 외출시 따블백을 울러맨 채
서면으로 달려나와 만난 것도 그녀였다.
어린 날의 아리한 추억과
젊은 날의 추억이 남아있는 원동驛.
그 추억이 떠오른 봄이 오는 일요일 아침
부전역으로 달려가 추억의 기차여행을 한다.
부전驛
사상驛
구포驛
화명驛
화명역과 물금驛 사이 낙동강 풍경
물금驛
물금驛과 원동驛사이 낙동강 풍경
원동驛 도착
원동驛
원동驛 앞 풍경
원동驛을 떠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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