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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섬으로 가는 船上에서 본문

가야의 땅(경남)

섬으로 가는 船上에서

SHADHA 2007. 3. 30. 00:19

 




섬으로 가는 船上에서

용원선착장에서 거제도 농소까지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바닷가에서> 오세영...





내일은 비.

경주 산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여 보내고 나니
오후의 시간이 공허하게 비어 버렸다.
몇번을 미루던 거제도 현장 답사 약속은 내일이였으나,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내일은 비.
그래서 토목설계하는 의동생을 불러 거제도로 출발하기로 했다.

용원에서 거제도 농소까지 약 50분이 소요되는 뱃길.
약한 바람속에 황사로 덮힌 하늘이지만
상갑판에 올라서서 하늘과 바다의 만남속에 끼여 들었다.
배가 한참 바다로 나올 때까지도 뒤따르며 배웅하는
갈매기떼의 합창소리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나는 오세영님의 詩가 나의 감성에 맞는 모양이다.
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詩를 찾다보면
항상 오세영님의 詩가 걸린다.

먼 바다와 그 서해상에 떠 있는 섬들은
안개와 같은 황사속에 숨겨져 있었으나 외롭진 않다.
외롭다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그저 그 바다에 그 섬들이 있고
나는 그 바다위에 있다.
그리고 뱃전에 부딛쳐 부숴지는 바다의 물보라속에
나의 마음을 담궈 놓는다.

거제도 농소에 도착하여 우리를 기다리던 차를 타고
고현으로 달려가 현장 답사를 했다.
요즘은 건축사업을 할 만한 땅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여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으나
의외로 바다를 향한 땅이 풍광도 좋고 햇살받기도 좋다.
그래서 몇가지 조언과 함께 땅을 사서 사업을 하라고
적극 추천을 했다.
어쩌면 설계를 하기 위함보다는 그 일로 하여
거제도를 자주 드나들기를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러 여행을 하기 보다는 늘 업무와 관련된 곳들에서
시간의 여유를 만들어 그 주변을 돌아보는
나의 관습 때문이다.
아름다운 섬 거제도 여행이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두고
거제도 농소 몽돌해수욕장에서
진해 용원으로 가는 배를 타고 귀향을 시작했다.

가덕도에서 거제도를 잇는 대교가 완성되면
이런 배를 타는 낭만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아쉬움을 가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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