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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아버지, 남편 그리고 중년남자 본문

告白과 回想

아버지, 남편 그리고 중년남자

SHADHA 2007. 6. 5. 08:41

 

 

 

아버지, 남편 그리고 중년남자

남포동 스카이 라운지 레스토랑에서





...열심히 일한 者 떠나라 !

열심히, 아주 열심히 일해도,
아직 그 결과를 받지 못한 者는 떠날 수도 없다.
그래서 어떤 날은 정말 일하기 싫은 날이 있다.
할 일이 많아도 하기 싫은 날...
같이 점심식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조차도 없는 그런 날.
외딴 섬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날,
나는 홀연히 홀로 남포동으로 향했다.
부산 시내 풍경이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
기분 전환을 하고 싶었던게다.
그래서 아주 오랫만에 스테이크를 점심으로 선택했다.
남포동 일대의 모든 풍경들이 한 눈에 다 들어오는
트여진 공간의 창가에 앉았다.
그리고 이내 아버지, 남편, 중년남자의 서러움과 외로움이
옆자리에 앉은 두 중년여인들의 대화로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리 신랑하고 나하고 여행다니는거 억수로 좋아해서 전국에
좋다는데는 다 다녀봤고, 둘 다 맛있는 음식 먹는거 좋아해서
전국에 맛있다는 음식 안 먹어본게 거의 없다.
...와! 부럽다야...그런데 왜 너거 신랑하고 헤어질라고 했노 ?
...사업하다가 부도났다 아이가.
내가 이혼하자고 하니까 1년동안 집에 안들어 오더라,
그래서 알아보니까 실종신고하면 일방적으로 이혼이 성립된다고 해서
그리 할라고 하니까 돌아와서 자식들을 봐서도 그냥 살자고 빌더라.
지금은 사장하던 사람이 자존심버리고 자기 형밑에 따라 다니면서
노가다 비슷한거 하면서 쥐꼬리만한 돈이라도 벌어오니
딱해서 그냥 살아주는거다.
그래도 신랑 얼굴만 보면 짜증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라.
...맞다, 남자가 돈 못벌어 오면 진짜 스트레스 쌓인다.
니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노 ?
...애인 하나 두고 있다.
같이 차마시고 술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하고
나이트에서 신나게 흔들고 노래부르고 놀다가 집에 들어가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사는 재미도 좀 있고,
...너거 신랑은 그런거 알고 있나?
...자기가 알면 또 우얄끼고,
이혼 안하고 살아주는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그 여인들의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들으며 식사를 하는 동안
먹던 음식들이 목안에 걸려 쉽게 넘어가지 않음을 느꼈다.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남자는
평생 돈 벌어와야 되는 사람을 칭하는 것 같았다.
평생을 두고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남편과 아버지는 아프다.
그런걸까 ?
가족간의 사랑보다 돈이 더 중요한 세상일까 ?

나의 아내도 이따금씩 내게 투정과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것은 당연하다.
벌써 몇년째 생활비를 제대로 가져다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사업이 잘 될 때 아무리 잘 해주고 많이 벌어다 주고
만족한 삶으로 행복을 느끼게 해주어도
지금 현실이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무상한 것이 되고 만다.
그래도 나는 아직까지는 행복한 사람에 속하는 것 같다.

언젠가 어느 산사를 찾았을 때,
그 산사의 주지스님이 절을 찾아 기도하러 온 여신도들을
법당에 모여 앉혀놓고 이런 설법을 해주고 있었다.

...절에 오셔서 우리 남편 돈 많이 벌어오게 해주십시요,
사업 성공하게 해주십시요, 건강하게 해주십시요,
자식 시험 잘치게 해달라, 취직 잘되게 해달라 하고
부처님께 지극정성으로 절하고 기도하지 마세요.
부처님이 돈 많이 벌게 해주시지 않습니다.
부처님이, 절이, 스님이 건강하게 해주지도 않습니다.
부처는 여러분들의 남편과 자식이 바로 부처님입니다.
부처님앞에 와서 쏟는 그 정성을 남편과 자식에게 쏟으세요.
위로하고 격려하고 옆에서 힘이 되어 주세요.
그러면 부자되고 남편도 건강해집니다.
자식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그 스님의 설법이 아주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었다.

하지만,
지금 돈 많이 벌어오지 못하는 아버지,
남편이 되어버린 중년남자의 점심식사는
어쩔 수 없이 쓸쓸하기만 하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남포동 영화의 거리




용두산 공원 전망대




국제시장 거리




국제시장뒤로 보이는 영주동




자갈치시장 너머로 영도




국제시장뒤로 보이는 보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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