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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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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독백(서울)

서울역에서의 회상

SHADHA 2007. 10. 19. 19:42

 




서울역에서의 회상

아버지와 나 그리고 딸의 서울역





아주 추운 겨울이었다.
청주를 출발한 열차가 조치원을 경유하여 서울로 향했다.
열차안 중간부분에 석탄을 때는 커다란 철제 난로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주위에 둘러놓은 철망주위에 승객들은 모여 서서 불을 쬐고 있었다.
나를 품에 안은 어머니는 난로 가까이로 다가서려고 하셨다.
기반을 잡으려 서울로 먼저 가셨던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떠난 첫 여행길.
역 개찰구앞에서 긴 코트를 입고 환한 웃음으로 어머니와 나를 반겨주시던 아버지.
아버지의 품에 넘겨져 서울역을 빠져 나올 적에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보이던
서울역.
그것이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아련하지만 처음 기억하는 추억의 풍경이었다.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나는 서울역을 서성이며 나의 생명보다 더 귀한 딸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역!
서울역에 도착할 때마다,
서울역을 떠날 때마다,
르네상스풍으로 건축된 예전 서울역을 바라 볼 때마다
나는 언제나 많은 추억들에 의해 늘 감회에 빠지곤 한다.

청년시절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서울역을 지났고,
사랑이 끝났을 때 애수에 젖은 눈빛으로 서울역을 떠나기도 했으며
사업을 일으키고 세울 때 자신감에 가득찬 얼굴로 서울역을 지났고,
사업이 무너질 때 회사를 살리기 위해 희망을 걸고 서울역을 지났으며,
재기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꿈과 열정으로 서울역을 수없이 지나 다녔다.
하여,
언제나 서울역에 머물러 서 있으면
내 일생의 일기장을 펴보는 것과 같은 감회와 회한에 젖어들게 된다.

나의 아버지가 마중나와 기다리던 겨울날의 서울역,
나를 배웅하기 위해 오는 딸을 기다리는 가을날의 서울역.

서울에서 하루만이라도 더 머물수 있다면 작은 딸과의 서울에서의 처음 데이트를
청계천을 같이 거닐고 명동이나 종로거리를 거닐기도 하고
압구정이나 강남사거리 주변을 같이 거닐며 더 많은 추억만들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부산행 밤 9시 열차를 타야하는 나에게는 아쉽게도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전화로 나는 딸의 근무처가 있는 과천으로 내가 가겠다고 하였으나,
작은 딸은 자기가 아빠를 서울역에서 배웅하겠다며 역으로 오겠다고 하여 기다리는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서울역으로 오르는 에스컬레이터 중간 지점
과일쥬스와 커피 전문점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에스프레소의 짙은 커피향에 빠질 때
달빛보다 더 환하게 밝고 예쁜 딸의 반가운 얼굴을 만나고
서울역 구내의 레스토랑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식사를 한 뒤
약간의 시간이 더 남아 우리는 다시 커피전문점의 야외 테라스로 와서
크림을 듬뿍 얹은 카페 모카를 마시며 서울에서의 가을 밤하늘을 같이 보았다.

...아빠, 아까 마신 에소프레소는 너무 진하지 ? 언제 마셔봤어 ?
...빠리에 갔을 때는 에소프레소를 마셨고 이탈리아에서는 카푸치노만 찾아다니며 마셨지...
...요새 아빠얼굴에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없어 보이는 것 같다.
...그래 ? 그럼 나중에 아빠 사업이 잘되면 귀족수술하지 뭐...

딸과 웃으며 대화하고 커피를 즐기는 사이 떠나야 할 열차시간은 다가왔고
딸아이의 환한 미소와 흔들어주는 손을 뒤로 하고 개찰구를 빠져나와 열차로 향할 때,
너무도 짧았지만 이 순간이 나의 딸에게
아빠와의 또 하나의 좋은 추억의 기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두고
아쉬운 마음으로 서울역을 떠난다.

아버지, 어머니, 나, 그리고 나의 딸로 이어지는
서울역의 추억과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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