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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청계천에서 만나는 여명 본문
청계천에서 만나는 여명
북한땅으로 가는 새벽에
사전에 미리 신청되어 통일부와 남북출입관리소로부터 북한으로의 입국이 허가되어
개성공단으로 가기위해 지정된 시간에 배정된 버스를 타야했다.
전날밤 10시 20분 사무실 동료 건축사 C소장과 함께 부산에서 새마을 열차를 탔다.
새벽 3시 20분에 서울역에 도착하는 마지막 열차였다.
미리 올라와서 서울에서 숙소를 정해놓고 자고 가는 방법도 있었으나
요즘 같은 때에는 경비를 절약하는 것이 돈을 버는 일이기에 다소 피곤해도
마지막 기차를 타고가서 새벽에 서울에 도착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진작부터 그리 살았으면 돈 많이 벌었을텐데....ㅉㅉ)
서울역에 도착한 우리는 목욕탕에 들러 두어시간 쉬다가 가는 방법도 생각하였으나
밤 늦은 시간에 이미 집에서 목욕을 하고 나온터라 그냥 걸어서 산책을 하기로 했다.
서울역이며, 서울역 지하철 통로, 세브란스 빌딩 광장, 복원중인 숭례문광장에서
노숙하는 많은 노숙자들을 지나치며 걸었다.
남대문시장을 지나 명동으로 드는 도로를 횡단하여 북창동 골목길에 접어드니
거기는 아직 한낮처럼 흥청이고 있었다.
술자리를 끝내고 돌아가는 사람들과 다시 술을 마시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
우리는 쉼없이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팔을 뿌리치며 시청광장쪽을 향해 걸었다.
요즘 최대의 이슈가 되고 있는 촛불집회의 요람 시청앞 광장의 텅빈 공간을 지나
청계천을 향해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천천히 옮겼다.
새로 조성된 청계천을 한번도 와보지 못했다는 C소장에게 청계천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는 자판기 커피를 뽑아들고 적막하지만 외롭지 않게 느껴지는 청계천에 앉아
양복 윗도리를 벗어놓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하늘에 뜬 별을 보았다.
어두운 여름밤의 끝자락에서 찾아오는 여명.
청계천에서 새로운 날의 여명을 맞으며 새로운 추억거리를 만들며 그것을 즐겼다.
우리에게 아침 7시 20분까지의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져 있으니 서둘지 않아도 되었다.
여명이 계속되는 청계천, 그 동쪽을 향해 걷고 벤치에 앉았다가 다시 걸으며,
회사에서 주고 받지 못하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날이 훤하게 밝아지자 우리는 창덕궁쪽을 향해서 다시 걷기 시작하였고
내가 즐기던 종묘앞 설렁탕집에서 이른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종묘앞으로 다가 갔으나
아직 닫혀있는 식당문. 종묘앞 뜰을 천천히 걸어서 인사동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축물 쌈지길앞에서 잠시 머물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작품,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과 쌈지길과의 비교를 이야기 하였다.
이윽고 우리의 목적지인 창덕궁 근처까지 왔으나 아직은 너무 이르다.
우리는 다시 현대건설 사옥 옆길을 따라 북촌길을 천천히 거닐었고
평상시에는 아침을 먹지 않지만 길거리 토스트와 우유한잔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난 후
공간건축 사옥이 보이는 창덕궁옆 공원에 앉아 개성행 특별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내가 공간건축에 드나들 때가 어제같은데 벌써 20년이 지났나 ?
...사장님도 참, 세월 가는 줄도 모릅니까 ? 24,5년이 지났습니다.
내가 건축 새내기시절, 부산지하철 1호선 설계담당일 때 당시 왕성한 활동을 하시던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고 김수근 선생님과 같이 작업을 하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그분은 자기를 닮았다며 나를 좋아하셨고 서울 공간사옥으로 초대를 해주셔서 여기에 왔었고
그 후에도 업무의 연관성때문에 자주 올라와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류춘수님을 만난 것도 그때였다.
당시 공간건축의 실장이였던 그 분을 김수근 선생님은 소개시켜 주셨고,
나는 류춘수님에게서 처음 드라이마카라는 미술도구로 건축물 디자인을 텃치하는 방법을 배웠었다.
그것이 며칠전만 같은데 세월이 그리 무심하게 빨리 흘러가 버렸는가 싶어서
그 허허로움에 잠시 창덕궁 돌담길을 거닐다가 개성행 버스에 몸을 실던 이른 아침에...
청계천에서 여명을 맞이하던 그 아침이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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