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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전쟁 기념관을 거닐며 본문
전쟁 기념관을 거닐며
서울 용산 전쟁 기념관
삼각지 로터리를 돌았다.
돌아가는 삼각지.
�은 비가 오지는 않아도, 금새라도 눈이 내릴 듯 하였고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 하지는 않아도
아주 어린 시절에 살던 곳을 아스라한 기억으로 더듬었고,
비에 젖어 한숨짓는 외로운 사나이가 아닌
행복하지만 그래도 고독한 사나이가 따스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서글피 찾아왔다가 울고가는 삼각지가 아니라
이태원 가는 길에 남몰래 찾아 왔다가 돌아가는
삼각지 용산 전쟁 기념관이었다.
검은색 프렌치 코트의 깃을 올렸다.
코 끝이 칼날에 짤려 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차가운 날씨였다.
전쟁 기념관의 차가운 화강석 외장재료와 대칭적인 배치로
웅장함을 강조한 건축물과 아주 잘 어울리는 날씨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을 직접 겪어본 세대가 아니라서 그 필연적인 잔혹함이
어떤 것인지를 실감하지는 못하지만
전쟁 기념관을 산책하면서 짙은 회색빛의 하늘색 때문인지,
영화<글래디에이터>의 시작장면에서 나오는 눈보라치는 평야에서의
치열한 전투씬이 떠올랐고
최근에 본 중국영화 <명장>에서의 차거운 땅에 쓰러진 주검들이
잔혹함으로 다가오던 첫장면이 떠올랐다.
살아있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그 모호한 경계를 찾으며
한참동안이나 긴 벤치에 앉아 담배 한대를 피웠다.
실제와 똑같이 만들어졌다는 <광개토대왕비>를 한바퀴 돌고 나서야
삼각지 로터리 앞을 돌아 이태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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