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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송악산에 노을이 질 때 본문

북쪽 우리 땅(북한)

송악산에 노을이 질 때

SHADHA 2008. 8. 15. 20:14

 




송악산에 노을이 질 때

개성공단에서의 첫날밤과 첫주





   송악산에 노을이 지고 있다.

   북한땅에 들어와서도
   우리와 같은 말, 같은 얼굴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 사는 땅.
   코앞에 둔 개성시가지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창너머 바라보이는 송악산으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섰다.
   같은 민족이면서 아직 벽을 쌓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서울을 떠나는 날 새벽,
   천둥 번개소리에 놀라 이른 잠에서 깨어나 서둘러 짐을 챙겨 개성공단을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머무르며 일하고 살아야 하는 습관들이기를 시작했다.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공사현장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고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위치에
   냉방과 책걸상이 완비된 내가 일 할 수 있는 방이 준비되었고 작업용 신발도 주어졌다.
   짐을 풀기도 전에 �아지는 빗속에서 현장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설계도를 검토하고
   몇 차례의 현장 회의를 하고 나서야 첫날의 일과를 마치고 건축주측에서 마련해준 숙소로 안내받아
   이제는 거기서 적응하며 살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송악호텔, 개성공단내에 있는 유일한 호텔이다.
   호텔이 있는 송악프라자는 외관이 화려하지도 고급스럽지도 않고 개성공단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지만
   개성공단을 떠나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는 정류장이 옆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송악호텔 5층, 개성공단 전체가 한눈에 보이는 방에 여장을 풀고 커텐을 열었다.
   생각보다는 훨씬 안락하고 깨끗한 침대시트가 깔린 고급호텔 수준의 방이여서 편안했다.
   더우기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방송이 나오는 TV가 설치되어 있어 더더욱 좋았다.
   아침, 저녁으로 현장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건축주측의 배려를 고사하고
   출퇴근을 운동삼아 걷기로 했다. 빠른 걸음으로 겨우 20여분밖에 소요되지 않는 거리이기에...

   짐을 풀고 옷장에 옷들을 걸어놓고 샤워를 마친 다음 시원한 음료수 한잔 들고 창가에 서서
   앞으로 당분간 일주일에 4일동안 살아야 할 곳을 바라본다.

   1식 4찬, 밥과 김치를 포함한 4가지 반찬과 국. 개성공단내 한국인을 상대로 한 식당의 메뉴는 똑같다.
   매일 메뉴가 바뀌는 자율배식의 한정식이 4달러이다.
   저녁식사를 한 후 개성공단 중앙을 가로지르는 작은 하천를 따라 조성된 공원을 거닐며 산책할 수 있어 좋다.
   점심식사후에는 개성공단 중앙부에 위치한 민족공원을 거닐며 커피를 마시고
   벤치에 앉아 한가로운 휴식을 즐길 수 있어 그나마 덥고 무료한 일정에 활력소를 만들 수가 있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아래, 북한 땅 객지로 홀로 나와 땀 흘리고 고생하는 사람들,
   자유라는 단어를 알지 못하는 북한 노동자들, 하루에 배급되는 초코파이 3개로 잠시 행복해 하며 고된 일하는 그들,
   나는 그들을 보며 그동안 내게 주어진 현실에 대하여 우울해 하고 절망감에 빠졌던 나 자신에 대하여
   도무지 용서하기 싫었고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여 뜨거운 햇살 아래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미안하여
   시원한 나만의 사무실에서 나와 현장 구석 구석을 돌며 같이 땀 흘린다.

   나의 개성 생활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공사현장내 감리 사무실에서




민족공원








숙소로 돌아가는 길과 송악산의 석양






숙소인 송악호텔
















숙소에서 바라보는 개성공단




하천을 따라 늘어선 수변공원을 산책하면서












첫주의 마지막 업무인 개성공단 감리자 회의에 참석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