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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영도 흰여울길에서 본문

靑魚回鄕(부산)

영도 흰여울길에서

SHADHA 2010. 6. 3. 13:40

 

 

 

 

영도 흰여울길에서

 

숨결

 

 

 

 

 

 

방문을 열 때마다 자욱한 물소리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며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한들 무슨 소용인가

흘러야 할 장소를 만나면 흐르고

고여야 할 장소를 만나면 고이면서

더러는 저 하늘에 두둥실 구름으로 떠돌다가

새벽녘 가슴 비어 잠 못 드는 그대 머리맡

추적 추적 빗소리로 내릴 때도 있으리니

이제는 오는 일도 가는 일도 생각지 않으려네.

 

.......이외수 <숨결>중에서.....

 

 

창 가에 앉아 이외수 님의 <숨결>을 읽다가 문득 이 글귀가 가슴에 파고 들었다.

요즘의 나의 심사에 너무도 절절하게 맞는 구절이었다.

책 옆쪽에 삽화로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다

그 그림과 비슷한 모양으로 바다에 배가 떠 있는 풍경이 있는 곳,

영도 제 2송도 가는 길목의 흰여울길로 향했다.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 언덕위 계단에 앉아 바다를 본다.

세월은 참 무상하게도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마음은 변함없는 청춘인데도 귀밑머리에 하얀 새치가 눈에 띄게 자라고

아무리 잡고 싶어도 하염없이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제대로 이룬 것도 없고, 남긴 것도 없이 그리 허송세월 했음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날,

이런 고민, 저런 고민을 해 본 들 뾰족한 수도 없는 때,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며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한들 무슨 소용인가......

 

바다 곁을 따라 흰여울길을 걷던 날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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