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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바람이 분다...숨을 쉰다...살아있다. 본문

靑魚回鄕(부산)

바람이 분다...숨을 쉰다...살아있다.

SHADHA 2013. 8. 6. 08:55

 

 

 

바람이 분다...숨을 쉰다...살아있다.

8월 삼락습지생태원 산책 1

 

 

 

노란 숲속에 난 두 갈래 길
아쉽게도 한 사람 나그네 두 길 갈 수 없어

길 하나
멀리 덤불로 굽어드는 데까지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리곤 딴 길을 택했다.

똑같이 곱고 풀 우거지고 덜 닳아 보여
그 길이 더 마음을 끌었던 것일까.
하기야 두 길 다 지나간 이들 많아 엇비슷하게 닳은 길이었건만.

그런데 그 아침 두 길은 똑같이
아직 발길에 밟히지 않은 낙엽에 묻혀 있어
아, 나는 첫째 길을 후일로 기약해 두었네!
하지만 길은 길로 이어지는 법이라 되돌아올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먼 훗날 어디선가 나는 한숨 지으며 이렇게 말하려나
어느 숲에서 두 갈래 길 만나,

나는---
덜 다닌 길을 갔었노라고
그래서 내 인생 온통 달라졌노라고.

 

          .... 가지 않는 길 <로버트 프로스트>

 

 

끝없이 이어지는 삼락습지생태원을 거닐면서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 詩가 떠 올랐다.

귀에 꼽힌 이어폰에서 박정현의 <몽중인>과 앤 머레이의 <A Love Song>이 흘렀다.

습하고 더운 바람이 습지를 지나 나무숲 사이로 쉬지 않고 불어왔다.

신기하게도 그 바람이 부니 숨을 쉴 수 있었다.

내가 살아있을 수 있었다.

 

도심 중의 도심 한복판에서 평일 매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머물다가

하루만 더 머물다간 정신병원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숨조차 쉬기 싫은 삶에서 벗어난 토요일.

자신들의 경제적 이윤 창출을 위해 주위의 힘없는 사람들의 작은 권리마져 배제하고,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 몸부림치면서 억지에 가까운 의무만을 요구하며

그들의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습관화된 행태를 보이는 이들을 바라보며

부탁도 하고, 회유도 하고, 조언도 해 보지만 소귀에 경읽기라 나의 스트레스만 더해간다.

이따금씩 밀려오는 환멸과 어떤 자괴감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 나는 뜨거운 날씨에 구슬같은 땀을 흘리는 인부들의 고생에 늘 마음아프다. 

그들을 위해 어떤 것도 큰 힘이 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기만 하다.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사람과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사람들...

          그런 삶의 관계에서 힘도 없는 애매한 중재자로 끼여있는 나는 차라리 그런 부조리한 상황을

          토요일 ,일요일 이틀동안 보지 않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안한다.

이미 내가 할 수있는 한계를 그들이 넘어섰기 때문에 더 이상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만 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나는 더욱 숨쉬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은 우리의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분다....

숨을 쉴 수가 있다....

나는 비로소 삼락습지생태숲을 거닐며 아직 살아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