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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원동 순매원에 매화꽃은 지고 본문

가야의 땅(경남)

원동 순매원에 매화꽃은 지고

SHADHA 2014. 4. 3. 10:15

 

 

 

원동  순매원에 매화꽃은 지고

원동 매화 4

 

 

 

정확하게 일주일전 원동 매화축제를 하루 앞둔 그날에도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은 거의 순매원쪽으로 몰려갔었다.

그때는 매화가 완전히 만개한 상태 아니어서, 지금쯤 가면 완전히 만개한 꽃도 보고,

사람들이 많이 없을 때 순매원으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전례없이 두번이나 연달아 일주일 간격으로

원동을 찾아 갔다.

평일인데도 순매원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또 복잡하지 않을까 하고 다가 갔었는데,

이미 순매원에는 매화꽃이 지난 이틀동안 내린 봄비로 거의 다 져버리고 없었다.

매화꽃 너머로 열차가 지나가는 풍경을 담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순매원을 찾는데 오늘은 허탕이었다.

순매원에서 파는 파전 한 접시 점심으로 먹고, 서둘러 부산으로 내려와야만 했다. 

원동역에서 열차표를 끊고 기차가 올 시간이 50분이나 남았는데, 다른 곳에서 시간을 떼울 수가 없어

그냥 플래트홈으로 넘어가서 원동역 철로변의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벚꽃나무가 있는 풍경들을 바라보다가

플래트홈에 있는 조용한 승객대기실에 들어와 앉아 스마트폰을 열어서 들여다보고 앉았는데 

가볍고 상쾌한 향기로움이 코끝을 스치더니  어떤 여인이 한자리 건너 나의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힐끗 쳐다보니 긴머리에 파스텔톤의 봄 빛 가득한 옷을 입고 하얀 카메라를 든 젊은 아가씨였다.

내가 젊을 때였다면 당연히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데이트를 신청하고 싶을 정도로 화사한 매화꽃 같은

개성이 있고 온화한 미소와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여인이었다.

알 수없는 감정이 스쳐 지나가면서, 잠시 머물다가 내 나이에 참으로 부질없는 생각과 느낌이 싫어서

슬며시 그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쪽 플래트 홈을 그 끝까지 마냥 거닐었다.

그러다 부산으로 가는 기차가 도착을 했고, 나는 조금 늦게 기차를 타서 나의 자리를 찾아 갔는데,

놀랍게도 나의 자리인 창가에 그녀가 앉아 있었고, 그 자리가 나의 자리라고 말을 하니

그녀는 통로쪽이 자기 자리라면서 비켜주려 하는 것을 그냥 앉아 가시라고 하고는

나는 통로쪽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눈을 감았으나, 가슴은 아주 오랫만에 설레이고 있었다. 

....왜 그러지 ? 아직 나의 마음속에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남자의 본능이 남아 있는 것인가 ?

 

아주 오래전 스무살적에 친구들과 원동 천태산에 놀러왔다가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원동역에서

좌석표가 없어서 화물열차칸에 탄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앞쪽은 일반 승객용 객차가 달려 있었고, 뒷쪽은 빈 화물칸 열차들이 붙어 있어서

좌석이 없는 승객들은 그 화물칸에 타기도 했었는데,

우리가 탄 화물칸에는 우리 일곱명과 여섯명의 부산아가씨들이 같이 타서 부산으로 오게 되었다.

그것도 인연이라고 즉석 미팅을 하여 짝을 지어서 친구로 인연을 맺었던 기억이 남아 있는 원동역이었다.

그때 나의 파트너는 아가씨들 중 가장 성격이 활발하여 전체 분위기를 리드했던 꼭지였다.

그 후 내가 군대를 가고, 군대 갔다오고 난 이후까지 좋은 친구로 남아 있다가 의사와 결혼한다고 간 친구.

.....꼭지야, 잘 살고 있지 ?

 

순매원에 매화꽃도 지고, 나의 젊음도 이미 매화꽃처럼 지고 있음을 느끼던 날이었다.

 

.....2014. 3월 27일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