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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장산 폭포사 가을 산책 본문
어떤 한 사람...
시지프스의 운명과 유사한 운명을 타고난 어떤 한 사람이,
행복과 불행.
환희와 고통.
성취와 좌절.
한 치도 그 어느 쪽으로 기울었다고 할 수 없는
그 사이 중앙에 끼어 서 있다.
싹이 자랄 수 없다고 남들이 다 포기한 땅을
갈고 뒤집고 다져서
씨 뿌리고 정성껏 거름 주고 물을 주어서
희망의 싹을 심어 놓았는데,
유난히도 심한 가뭄과 홍수로 절망의 하늘을 보기도 했으나
아직 그 생명의 씨앗은 죽지 않고 살아 있어
행복과 희망과 성취라는 꽃을 피울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는
어떤 농부의 마음.
기다려도, 기다려도 아무리 기다려도
트는 싹이 보이지 않아
애간장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를 뜨지 않고 지키니
여름이 가고, 가을이 다 가고
겨울이 올 무렵에야
초록빛 싹 하나가,
희망의 싹 하나가
그 마른땅을 헤집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희망이며, 환희였다.
그러나 긴장을 풀 수가 없다.
그 싹이 쑥쑥 자라나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오를 것인지,
아니면 그러다 다시 시들어 버릴 것인지,
아직 무엇도 장담할 수가 없다.
될 것이라는 확신만 있을 뿐이다.
기쁨의 표현도
슬픈 표현도 할 수 없는 그런 때,
그래서 아무런 표정도 지을 수 없으며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다.
다만 마음속으로 간절히
저 희망의 싹이 하늘로 치솟아 올라
더 많은 희망의 싹들을 키워낼 수 있는 모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만을 담아본다.
... <그래서 아무런 말도....> 장산 폭포사 겨울 풍경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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