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부산 현대미술관과 2020 부산비엔날레 본문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나 세월이 가면서 조금씩 죽어가는 과정을 겪는다.
다만 나는 한달에 한번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 보다
조금 더 빠르게 뛰는 심장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어쩌면 더 빠를 수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인간 개개인마다 주어진 운명에 따라 정해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 인식하고 남아있는 삶의 시간이 얼마나 될 지 알 수는 없지만,
내게 주어진 그 삶의 시간안에서 나를 위해
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기며, 알고 싶어한다.
일을 하는 것이나, 음악을 듣는 것이나, 영화를 보는 것이나,
책을 읽는 것이나, 여행을 하는 것이나, 음식을 즐기는 것이나,
사랑을 하는 것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병원에 들러 환자가 되었다가 돌아오는 날에는 미술관이 좋다.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들속에서 늘 새로운 세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그동안 살면서 나의 뇌리속에 각인되어 고착된 사실들과 상상력과 지식이
호수에 담긴 침잠된 잔잔한 물과 같다면
미술관에 들러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만든 상상력과 아름다움을 보게 되면
나의 뇌리속에 머물던 사고의 물들이 파도를 치거나 흐르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배우고 느끼고 즐기는 것이
나의 삶에 대한 의무라는 생각을 한다.
영원한 삶을 꿈꾸던 진시황도 49세에 세상을 떴는데
그 보다 더 오랜 산 나는
나의 심장이 다른사람보다 더 빠르게 뛴다고 하여 억울하거나 서럽다기 보다는
오히려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살면서 나 스스로가 나를 너무 혹사시키기도 했지만
지금은 꾸준히 스스로에게 행복만들기를 시도하고 있으니....
.......2008년<미술관으로 가는 남자>
10월 13일 하늘이 푸르고 맑은 가을날,
지하철을 타고 하단역에 내려 마을버스로 환승하여 부산현대미술관 앞에 내렸다.
광안리 바닷가에서 열린 부산 비엔날레 바다 미술제 2008 <비시간성의 항해 Voyage without Boundaries> 부터
부산 바다미술제와 격년으로 열리는 부산 비엔날레를 2012년, 14, 16년 빠지지 않고 관람하러 갔으나
2018년 부산 비엔날레는 관람하러 가지 않았다...새로 건립된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부산 현대미술관이 건립되고 있을 때, 공사가 진행되는 곳을 지나치며 부산에 새로운 예술명소가 생긴다는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나 막상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은 건축설계를 하는 나의 주관적 판단으로는 아주 실망스러웠다.
외관이나 형태가 전혀 예술적이거나 특별하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일반 건축물로서 미술관 주변에 조성된 환경도
새롭거나 특별함이 없고 주차장 뿐인 미술관이여서 그랬다.
특별한 볼거리도 없고, 산책할 곳도 조성되어 않아서 굳이 미술 전시회만 보려고 거리가 먼 을숙도까지 올 필요가 없었다.
차라리 미술전시회를 볼려면 자주가는 부산시립미술관으로 가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너무 푸른 가을,
비엔날레를 관람하고 오랜만에 그 주변에 있는 을숙도 문화회관과 을숙도 전망대, 을숙도 철새 도래지, 에코센터를 돌아볼 계획으로 부산 현대미술관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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