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12년 만에 다시 찾은 부산 임시수도기념관 본문
부산 임시수도 기념관은
2층 목조 와가 건축물로서 1926년 8월 10일에 준공되어
경남도 지사 관사로 사용되다가 6.25로 발발된 한국전쟁기 부산의 임시수도 시절
1950년에서 1953년까지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었던 유서 깊은 건축물로서 전쟁기의 청와대라 할 수 있다.
현재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건물 복원공사와 전시시설 꾸미기 공사를 거쳐 임시 수도 기념관으로 새롭게 단장되었다.
수정 산복도로를 타고 달리며 부산 남항을 바라보면서 민주공원을 넘어서 대신동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늘의 표정이 아주 오묘한 날이었다..
맑은 것 같기도 한데 흐리기도 하고 간혹 푸른 하늘이 여기저기 보이는데
천둥소리가 낙동강 쪽에서 지속적으로 울려댄다.
나의 성격 중 치명적인 단점은 계획되었던 일이 어처구니없이 취소가 될 때
다른 할 일이 아무리 많아도 그 비어버린 시간에는 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까운 여행이라도 떠날까 하여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 밤부터 내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고 한다.
그렇다고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집안에 머무는 것은 나의 오랜 습관과 생리적으로는 맞지 않는다.
순간 문득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곳이 있었다.
3년 전 아미동 부녀복지관 설계를 할 때
그 인근에 임시 수도 기념관이 있었던 것이 떠올랐다.
새로 단장한 임시수도 기념관은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한국 근대 건축의 형태로
도심 속에서도 나무와 정갈하게 꾸며진 정원에 싸여 소박하고 정겨운 공간을 연출하고 있었다.
간간히 여린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아직 한여름의 미련을 털지 못한 폭염의 기세가 남아 있어
이마며 등줄기로 땀이 맺혀 오기 시작했지만
참담했던 역사의 순간에 고뇌하던 국가 통치자로서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전쟁 당시 대통령 관저에서는 우리의 아픈 역사의 회한으로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기대 이상의 여유로운 마음으로 우리 역사의 흔적을 산책할 수 있었던 여름날이었다.
.... 2006년. 8월에
그 이후 2010년에 한번 방문 한 후, 12년의 세월이 흐른 2022년 8월 14일에 혼자 다시 방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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