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하얀 망명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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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론,
하얗게 비어버린 주머니만 가진 사람이
까맣게 탄 가슴으로 와서
하얗게 질린 하늘,
하얗게 윤슬로 덮인 바다,
하얀 겨울속에 한참이나 머물다가
해 질 녘에야
하얗게 염색되어 버린 가슴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하얀 망명지.
송정 바닷가
어떤 계시가 있을 거라는 기대로
고운 모래바람이 날아
겨울 하늘로 둘어드는 길목에
넋 놓고
망연히 서있는 사람의 하얀 설음을 치고 도니
다 비어버린 채,
가난해진 야망과 욕망과 가졌던 꿈들이
11월의 하얀 바닷속으로 침잠하고
수척해진 가슴에서도
채 다 털어내지 못한 미련 하나.
어떤 마지막 소망마저
오늘도 또 아니어서,
갈 곳 없는 사람의 운명은
하얀 바다,
하얀 시간 속으로
속절없게도 흡입되어 가는데,
모래 쌓기, 허물기, 조각난 돌 맞추기, 던지기
발자국 찍기, 지우기로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망명자.
바닷새 지나간
하늘가로 흐르는 눈물.
..... 그래도 내일 또 올 것입니다.
# 송정 바닷가는 추억이 참 많은 곳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모든 것을 다 잃고 빈털터리가 된 상태에서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희망을 기다리고 있었다.
IMF 외환위기로 같이 모든 것을 다 잃은 동병상련의 P사장과 울산회사로 재기를 위해 향할 때,
아침 일찍, 송정 바닷가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며 희망을 담았다.
..... 우리의 처지가 TV문학관 내용 같다. 그쟈?라고 말하던 P사장은
끝내 못 버티고 2년 후, 2,000년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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