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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망명지 본문

독백과 회상 1999

하얀 망명지

SHADHA 2025. 2. 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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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론,

하얗게 비어버린 주머니만 가진 사람이

까맣게 탄 가슴으로 와서

하얗게 질린 하늘, 

하얗게 윤슬로 덮인 바다, 

하얀 겨울속에 한참이나 머물다가

해 질 녘에야

하얗게 염색되어 버린 가슴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하얀 망명지.

송정 바닷가

 

어떤 계시가 있을 거라는 기대로

고운 모래바람이 날아

겨울 하늘로 둘어드는 길목에

넋 놓고

망연히 서있는 사람의  하얀 설음을 치고 도니

 

다 비어버린 채,

가난해진 야망과 욕망과 가졌던 꿈들이

11월의 하얀 바닷속으로 침잠하고

수척해진 가슴에서도 

채 다 털어내지 못한 미련 하나.

어떤 마지막 소망마저

오늘도 또 아니어서,

갈 곳 없는 사람의 운명은

하얀 바다,

하얀 시간 속으로 

속절없게도 흡입되어 가는데,

 

모래 쌓기, 허물기, 조각난 돌 맞추기, 던지기

발자국 찍기, 지우기로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망명자.

 

바닷새  지나간

하늘가로 흐르는 눈물.

..... 그래도 내일 또 올 것입니다.

 

 

# 송정 바닷가는 추억이 참 많은 곳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모든 것을 다 잃고 빈털터리가 된 상태에서

다시 재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희망을 기다리고 있었다.

 IMF 외환위기로 같이 모든 것을 다 잃은 동병상련의 P사장과 울산회사로 재기를 위해 향할 때,

아침 일찍, 송정 바닷가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보며 희망을 담았다.

..... 우리의 처지가 TV문학관 내용 같다. 그쟈?라고 말하던 P사장은

끝내 못 버티고 2년 후, 2,000년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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