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리스본 같은 해운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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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날들,
소유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추방당한,
강제 추방당한 사람이
해가 뜨면
꼬리 깃털을 털며 해안으로 날아오르는
바다갈매기처럼,
해가 지면
잠자리를 찾아 기차역 대합실로 찾아드는
노숙자처럼,
늘 습관처럼 찾아오는
푸른빛의 발원지.... 해운대
1.
불심검문도 없고
세무 징수원도 없고
국민연금 체납 담당자도 없고
빚쟁이도 없고
괴롭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치외법권의 성채 같은
슈바르츠의 리스본 같은 해운대.
창백한 얼굴과
3/4 정도쯤 잃어버린 자유.
허망한 추억의 소유자로
빈 주머니에 두 손 다 찔러 넣고 걸어도
거부하지 않는
슈바르츠의 리스본 같은 해운대.
사막을 가로질러
메카로 참배하러 오는 이슬람교도처럼
선택하지 않은 길로
정처 없이 흘러만 가야 하는 사람이
하루만이라도 더
푸른 바다를 바라다보기 위해 찾아오는
슈바르츠의 리스본 같은 해운대.
푸른빛에 익숙한 영혼만이라도
여기에 남아있어야 할 텐데라고
2.
일간지 사회면에서
매일같이
활자화되던 무관심했던 남의 일들,
그
다른 이들의 파멸이
나의 파멸로
다른 이들이 재판이
나의 재판으로
다른 이들의 자살이
어쩌면 나의 자살이 될 것 같은,
어느 때쯤인지
정해진 시한도, 정해진 기간도 없이
그래서
늘 마지막 작별을 준비하고 찾아와서
가득 응어리 진 가슴에다
몇 가지 소망과 유언을 담았다가 풀어내고
담았다가 풀어내는
슈바르츠의 리스본 같은 해운대.
와도
하소연 한 마디 들어줄 사람도 없지만
내일 또다시 살아서
이 푸른 바다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소망하는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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