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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리스본 같은 해운대 본문

독백과 회상 1999

리스본 같은 해운대

SHADHA 2025. 2. 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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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날들,

소유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추방당한,

강제 추방당한 사람이

해가 뜨면

꼬리 깃털을 털며 해안으로 날아오르는

바다갈매기처럼,

해가 지면

잠자리를 찾아 기차역 대합실로 찾아드는

노숙자처럼,

늘 습관처럼 찾아오는

푸른빛의 발원지.... 해운대

 

1.

불심검문도 없고

세무 징수원도 없고

국민연금 체납 담당자도 없고

빚쟁이도 없고

괴롭힐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치외법권의 성채 같은 

슈바르츠의 리스본 같은 해운대.

 

창백한 얼굴과

3/4 정도쯤 잃어버린 자유.

허망한 추억의 소유자로

빈 주머니에 두 손 다 찔러 넣고 걸어도

거부하지 않는

슈바르츠의 리스본 같은 해운대.

 

사막을 가로질러

메카로 참배하러 오는 이슬람교도처럼

선택하지 않은 길로 

정처 없이 흘러만 가야 하는 사람이

하루만이라도 더

푸른 바다를 바라다보기 위해 찾아오는

슈바르츠의 리스본 같은 해운대.

 

푸른빛에 익숙한 영혼만이라도

여기에 남아있어야 할 텐데라고

 

 

2.

일간지 사회면에서

매일같이 

활자화되던 무관심했던 남의 일들,

다른 이들의 파멸이

나의 파멸로

다른 이들이 재판이 

나의 재판으로

다른 이들의 자살이

어쩌면 나의 자살이 될 것 같은,

 

어느 때쯤인지 

정해진 시한도, 정해진 기간도 없이

그래서

늘 마지막 작별을 준비하고 찾아와서

가득 응어리 진 가슴에다

몇 가지 소망과 유언을 담았다가 풀어내고

담았다가 풀어내는

슈바르츠의 리스본 같은 해운대.

 

와도

하소연 한 마디 들어줄 사람도 없지만

내일 또다시 살아서

이 푸른 바다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소망하는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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