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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시지프스의 산 본문

독백과 회상 1999

시지프스의 산

SHADHA 2025. 2. 13. 09:00

 

1.

 

처음엔

그저,

산 하나만 넘으면 되는 줄 알고,

죽을힘을 다해 산 하나 넘으니,

산 두 개가,

그래서 또 산 둘을 넘으니

산이 넷,

산 넷 넘으니 

산 여덟,

산 여덟을 넘으니,

열여섯, 

산 열 여섯을 넘으니,

산 서른 두 개를 또 넘어야 한답니다.

 

아하!

이제 더 이상은 못해!

전생이든 후생이든,

지은 죄가 너무 커서 용서받기 힘들다면,

차라리 

이 모진 목숨을 거두어 가 주는 것이

천 배나 만 배나

더 편할 것 같은데,

지금껏 고통 속에 헤쳐 넘은 그 산들을 다 더한 것보다

더 많은 산을 

또다시 넘어야 한답니다

 

 

2.

어차피 파멸로 끝이 날 운명이라면

이쯤에서 잠시라도 쉬다가 끝을 맞자며,

잠시 주저앉으려는데,

하아!

그 산들을 내가 넘지 않으면 

죄 없는 다른 이들이 

나 대신 그 산을 넘어야 한다기에,

다시 

서른 두 개의 산을 나 혼자 넘기로 하였습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넘다, 넘다

나 혼자 죽으면 되는 것을,

어디쯤에서인지 알 순 없어도 그 끝의 순간까지 

혼자 넘기로 하였습니다.

 

한 발, 두 발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몇 가지 크고 작은 기적들이 모진 생명을 이어주고

산 하나, 산 하나 넘을 때마다

이제는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오기와 악만이 남았는데,

끝내

그 산들을 다 넘고 나서야

부질없었던 야망의 미련을 다 털어 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無 무였던 것을....

 

 

...1999년<고백과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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