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자의 독백
시지프스의 산 본문
1.
처음엔
그저,
산 하나만 넘으면 되는 줄 알고,
죽을힘을 다해 산 하나 넘으니,
산 두 개가,
그래서 또 산 둘을 넘으니
산이 넷,
산 넷 넘으니
산 여덟,
산 여덟을 넘으니,
열여섯,
산 열 여섯을 넘으니,
산 서른 두 개를 또 넘어야 한답니다.
아하!
이제 더 이상은 못해!
전생이든 후생이든,
지은 죄가 너무 커서 용서받기 힘들다면,
차라리
이 모진 목숨을 거두어 가 주는 것이
천 배나 만 배나
더 편할 것 같은데,
지금껏 고통 속에 헤쳐 넘은 그 산들을 다 더한 것보다
더 많은 산을
또다시 넘어야 한답니다
2.
어차피 파멸로 끝이 날 운명이라면
이쯤에서 잠시라도 쉬다가 끝을 맞자며,
잠시 주저앉으려는데,
하아!
그 산들을 내가 넘지 않으면
죄 없는 다른 이들이
나 대신 그 산을 넘어야 한다기에,
다시
서른 두 개의 산을 나 혼자 넘기로 하였습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넘다, 넘다
나 혼자 죽으면 되는 것을,
어디쯤에서인지 알 순 없어도 그 끝의 순간까지
혼자 넘기로 하였습니다.
한 발, 두 발
다시 시작하려고 하니
몇 가지 크고 작은 기적들이 모진 생명을 이어주고
산 하나, 산 하나 넘을 때마다
이제는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오기와 악만이 남았는데,
끝내
그 산들을 다 넘고 나서야
부질없었던 야망의 미련을 다 털어 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無 무였던 것을....
...1999년<고백과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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